(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국가신용등급이 더 낮은 일부 신흥국의 CDS 프리미엄보다 높아졌다.

중국과 태국과는 역전돼 격차를 더 벌리고 있고, 이번 달 들어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의 CDS 프리미엄도 웃돌았다.

CDS 프리미엄은 해당국에 대한 투자 위험도를 가늠하는 부도 위험지표로 해당 국가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상승한다.

다른 신흥국들의 CDS 프리미엄이 투자심리 개선으로 장기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만 북한 리스크에 오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0bp대였던 우리나라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1년 만에 30bp넘게 올라 현재 75bp대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의 CDS 프리미엄이 각각 약 170bp대와 130bp대에서 60bp대 초반으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여타 신흥국의 CDS 프리미엄이 투자심리 개선으로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만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안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국가별 신용등급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AA로 말레이시아 A-와 필리핀 BBB보다 4~6단계 높다.

북한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한국에 대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비용이 더 비싸진 셈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CDS가 국가 부도 상황을 가정하고 있어, 북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을 둘러싼 시장 우려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미국이 선전포고했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은 대북 군사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양국 사이의 갈등이 가라앉을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극단적인 상황을 반영하는 CDS의 상품 특성상 북한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우려할 만한 이슈가 없는 신흥국의 CDS 프리미엄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신흥국 CDS 프리미엄은 2015년과 2016년 중국 경기 둔화 및 저유가에 따른 경제난에 급등했으나 상황이 안정되면서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금센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재정정책 확대 등에 따른 경기 부양 기대가 컸고, 실제 올해 상반기 주요국들의 경제지표들도 호조를 보였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이 신흥국 CDS 프리미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도 "신흥국들의 CDS 프리미엄은 특별한 개별 요인이 없다면 같이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몇몇 국가들의 CDS 프리미엄이 경제난 등으로 과도하게 오를 때 다른 국가들도 따라갔다가 지금은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신용등급이 높고 기업 실적도 좋아 CDS 프리미엄이 더 낮아졌을 것"이라며 "현재 상승한 이유는 오로지 북한 리스크뿐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CDS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어 신흥국 CDS 프리미엄에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금융시장 관계자는 "전체 CDS 거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 CDS는 상대적으로 많이 거래되는 편이지만 다른 신흥국 CDS의 거래량은 적다"며 "거래가 별로 없다 보니 호가 자체가 낮고 어떤 이슈가 발생해도 CDS 프리미엄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 추이(화면번호 2485), *자료: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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