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금리를 잇달아 내리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가 사상 최대다. 신용융자 규모가 커졌지만 금리를 내린 데 따라 증권사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지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개인의 투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2일 8조7천2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5일 8조6천655억원, 27일 8조5천244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는 평가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이처럼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증권사들이 앞다퉈 신용융자 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이날부터 신규 신용융자에 대해 금리를 인하한다. 보유 기간에 따라 1~7일 기존 5.90%에서 4.50%로 140bp를, 61일 이상에 대해 8.70%에서 8.40%로 30bp를 내리기로 했다. 보유 기간 8~15일, 16~30일, 31~60일에 대한 이자율은 각각 5.90%, 7.20%, 8.20%로 기존대로 유지한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도 이달부터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했다. 일반 고객 기준 기간에 따라 30일 이하 이자율은 기존 7.5%에서 6.5%로, 60일 이하 이자율은 8.5%에서 7.5%로 내렸다. 61일~300일 이하 기간에 대해서는 8.0%의 금리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61일~90일 이하는 9.5%, 91일~300일 이하는 10.5%의 신용융자이자율을 적용했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달 업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신용융자 금리를 내렸다. 신용융자 금리를 온라인 수수료 체계와 연계해 기본등급에는 이자율 9%를, 실버등급은 7%, 골드등급은 5%를 적용한다. 기간과 관계없이 단일이자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이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신용융자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저금리 기조에서도 신용융자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적 여론 때문이다. 이같은 신용융자 금리 인하로 증권사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증권사 전체 신용공여 이자수익 비중은 매출(순영업수익)의 10.0%를 차지했다.

특히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의 매출 대비 신용공여 이자수익 비중은 23.9%에 달해 증권사 전체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주가지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빚을 내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자금 여력이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은 저가매수에 나설 수 있는 반면 신용융자로 투자한 개인은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1일 위탁매매 미수금이 2천214억원으로 지난 5월25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를 나타냈고, 반대매매 규모도 지난 25일 83억원으로 7월3일 이후 최대치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다소 줄었지만 금리 인하와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 급격히 늘었다가 주가가 하락할 때는 개인 투매를 불러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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