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신임 금융위원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금융위원장직은 고도의 금융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관료 출신으로 후보군을 좁힌 영향이다.

후보군 안의 관료들은 또 본인이 고사하거나 검증 단계에서 인사청문회 때 문제가 될 사안이 불거진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오늘 금융위원장 인사 발표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일까지 17개 부처 중 15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마쳤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관이 미정이지만 차관을 새로 임명해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위는 새 정부 출범 후 38일째인 이날까지도 새로운 장·차관이 모두 공석인 상태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이처럼 늦어지는 것은 청와대가 금융위원장직을 수행하려면 고도의 금융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장 후보를 유력 검토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가계부채와 조선업종 구조조정, 은산분리 완화,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입, 우리은행 민영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같은 난제가 쌓여 있다.

민간 출신이 금융위원장을 맡은 경우는 전광우 전 위원장이 유일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한 금융전문가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새 정부 출범 초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명된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보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등이 주 전공이다. 함께 물망에 오른 김기식 전 의원 역시 참여연대 출신으로 금융전문가라기보다 시민사회운동가다.

후보군 안의 관료들은 본인이 고사하거나 논란이 많아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석동 전 위원장은 재기용설이 제기되자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민주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위원장은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청와대의 입각 제의에 대해 "고심 중이다"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 이전에 유력한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명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최초의 여성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심인숙 중앙대 교수는 금융위 비상임위원 재직 당시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심 교수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무원의 복지부동 행태를 일컫는 '변양호 신드롬'도 금융위의 전신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에서 비롯됐다.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은 재정부 금정국장 시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려 4년간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관료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걸린 첨예한 사안을 다루다 보니 외부 비판의 표적이 되거나 수사 대상에 오르곤 한다"며 "관료들이 그런 과정에서 흠집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금융위원장 인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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