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지속하면 물가 낮아도 완화 정도 축소

외국인, 北 리스크로 경계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강수지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 통화정책 움직임을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로 꼽았다.

이 총재는 1일 한국은행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향후 북한 리스크가 고조된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경제 주체의 심리와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열흘 동안의 추석 연휴에도 북한 리스크 때문에 마음 편히 쉬지는 못할 것이라며, 해외사무소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간부들이 교대로 출근해서 매일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통화정책 움직임도 최근 고려하고 있는 사항 중 하나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부터 자산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물가가 낮은 상태가 지속한다 하더라도 점진적이고 꾸준하게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회의를 끝내고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논의할 예정이다.

영란은행도 내부적으로 완화 정도 축소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7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 총재는 "여러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우리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연휴라 하더라도 그 흐름을 면밀하게 지켜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움직임도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8·2 대책이 시행된 후에도 이미 분양된 아파트에 대한 집단대출도 이뤄지고, 신용대출도 그에 따라 늘어나는 등 가계대출이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와 감독 당국이 조만간 가계부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으로, 그 효과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지난 8월 금통위에서 더 진보된 메시지를 줄 여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여전하므로 오는 19일 금통위까지 국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올해와 내년에 대한 새로운 경제전망도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물가 수준에 국한하지 않고 중기적 흐름을 보고 통화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해도 중기적 시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지금의 물가 수준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다"며 "경기회복세가 지속한다면 완화 정도의 조정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외국인이 국내 채권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를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 "북핵 리스크가 점점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채권을 매도하는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핵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이틀간 대규모 순매도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 심리가 조금 움츠러들 수는 있겠다"며 "향후 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필요하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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