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골드만삭스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BBVA 등 3곳의 외국계은행의 한국 철수가 현실화하면서 서울환시에서 캐피탈마켓 축소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UBS와 바클레이즈도 한국 철수를 결정한 상황이어서 국내 외환ㆍ파생상품 시장에서의 거래 감소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3곳의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의 폐쇄 인가를 의결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은지점은 기존 43개 은행 50개 지점에서 40개 은행 47개지점으로 축소된다.

폐쇄 인가를 결정한 금융당국은 해당 은행의 본점 영업환경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며,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은행들의 이탈을 막을 유인이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캐피탈마켓에 어떤 영향을 줄 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서울외환시장의 한 참가자는 15일 "캐피탈마켓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던 대형 은행들이 나가고, 펀딩을 하려는 신흥국 은행들이 들어오는 변화의 심각성을 금융당국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부 은행들이 한국에 다시 진출하고는 있지만 한국을 떠나려는 대형 은행들이 차지했던 시장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외은지점이 외환ㆍ파생상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매우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규모는 499억8천만 달러다. 현물환과 외환파생상품(스와프 등)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 중 외은지점의 거래규모는 257억4천만달러로 국내은행의 일평균 242억4천만달러를 웃돈다.

거래상대방별로 보면 외국환은행이 224억달러, 국내고객이 99억4천만달러, 비거주자가 176억5천만달러 수준이다.

국내고객 일부와 비거주자 거래의 상당부분이 외은지점을 통해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그만큼 트레이딩 규모가 큰 대형은행의 철수는 금융시장 거래 축소로 직결된다.

외환시장 뿐 아니라 외환파생상품 시장, 채권시장 등에서도 큰 손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는 대형 은행들은 아시아 지역의 금융메카라 할 수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 도쿄 등 주요 거점에서 여전히 운영 중이다.

서울환시 외환딜러는 "이미 간판만 있을 뿐인 바클레이스와 UBS 등은 서울환시 스팟과 스와프 거래에서 큰 물량을 움직이던 곳"이라며 "이들 은행들은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트레이딩북을 옮기고, 원화 관련 거래는 최소 인원으로 대부분 축소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하나 둘 큰 손 은행들이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의 규모가 외형적으로 커지더라도 유동성 공급은 되레 축소돼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면서 "소수의 역외 투자자들에게 쉽게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이탈을 막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 시장참가자는 "우리나라의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는 도쿄보다 심하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트렌드에 맞추고 그에 따른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외은지점의 도미노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시장 참가자는 "10년 후에는 국내 캐피탈마켓이 트레이딩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은행보다 예금을 흡수하거나, 국내 부동산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고, 자금을 확보하려는 은행들 위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국계은행이 진출과 이탈이 몇 개인지 갯수로 따질 문제는 아니다"며 "캐피탈마켓에 어떤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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