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여러 조건을 붙인 '선별적 지준율 인하'를 선택한 것은 성장을 떠받치면서도 레버리지를 축소해야 하는 당국의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국경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30일 저녁 특정 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에 한해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국무원이 소기업이나 농업 부문에 대한 대출을 독려할 것을 주문한 이후 나온 것으로 지난 2월 단행한 '선별적 지준율 인하'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인민은행은 성명서를 통해 내년부터 소기업이나 농업 부문에 대한 대출이 올해 신규 대출액의 1.5%를 웃도는 은행에 한해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기업이나 농업 부문에 대한 대출액이 당해 연도 총대출의 10%에 달할 경우 지준율 인하 폭은 1.5%포인트에 달할 것이라고 인민은행은 밝혔다.

지준율 인하는 내년부터 적용될 계획으로 은행들은 인하된 지준율을 적용받으려면 앞으로 소기업이나 농업 부문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한다.

SCMP에 따르면 대다수 은행이 첫 번째 인하 기준에 부합해 지준율 인하 조치로 최소 8천억 위안 가량의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은 작년부터 전면적 지준율이나 기준금리 인하 대신 조건부 인하인 선별적 지준율 인하를 선택했다. 기준금리나 전면적 지준율 인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해석돼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인민은행이 선별적 지준율 인하나 지준율 인하가 완화적 통화정책이 아니라고 줄곧 부인하는 것은 인민은행이 가진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을 차단해야 하고, 대내적으로는 레버리지를 축소해 금융위험을 억제해야 하는 동시에 성장 부진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맥쿼리증권의 래리 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전면적 지준율 인하를 선택할 경우 시장이 이를 '완화 정책' 기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에 발목이 잡혀 전면적 지준율 인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노선을 바꿔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선별적 지준율 인하가 오히려 타당하다고 말했다.

저우 하오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통화정책 노선을 지금 바꾸는 것은 불필요하며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를 웃돌고, 미국이 금리 인상 주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왜 중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시중 유동성도 생각만큼 타이트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선별적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돼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교통은행의 첸 지 애널리스트는 선별적 지준율 인하는 "실물 경제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시장 금리와 유동성을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그동안 신중하고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또 시중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기 위해 여러 통화정책 도구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선별적 지준율 인하도 기존 통화정책 기조에 부합한 조치로 풀이된다.

첸은 그동안 인민은행이 은행 간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중기 유동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조정해왔다며 이번 조치 또한 이러한 기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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