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추석 연휴가 길지만 국내에서 보냅니다. 금융통화위원 여러 명이 한꺼번에 해외 여행을 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금통위원은 각종 혜택이 많은 자리로 알려져 있지만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자리다.

특히 대내외 긴박한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긴급히 '처방'을 해야하는 역할도 있는 만큼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다.

열흘에 걸친 긴 추석연휴에도 해외여행에 나선 금통위원이 많지 않았던 이유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이일형 위원은 연휴에 앞서 해외 일정을 미리 마무리했고, 조동철 위원은 연휴 기간에 해외 세미나 등의 유럽 출장을 소화했다.

금통위원들이 이처럼 해외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은 비상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은법 제21조 2항에 따르면 금통위 회의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원 5명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 한은 금통위원은 이주열 총재를 비롯해 함준호 위원, 이일형 위원, 조동철 위원, 고승범 위원, 신인석 위원, 윤면식 위원(부총재 당연직)으로 총 7명이다.

이 중 2명이 없어도 금통위는 5인의 출석위원 수를 채울 수 있다. 만약 3인 이상 한꺼번에 해외로 출국할 경우 긴급 금통위 소집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물론 비상사태 대비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은법 제26조에는 금통위 소집이 어려운 긴급 조치 규정도 있다.

제1항은 '총재는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상·경제상의 위기로 인하여 통화신용정책에 관하여 긴급조치가 필요한 경우로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에는 금융통화위원의 권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총재는 이를 위한 조치를 했을 경우 지체없이 금통위 회의를 소집하고 그 내용을 보고해야 하며, 금통위는 제1항의 조치를 확인·수정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제2항, 3항에서 명시해 놓았다.

즉, 긴급 상황이라는 판단 하에서 총재의 재량권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동시에 여러명의 금통위원이 국내에 부재중인 상황이 생기면 한은 입장에서는 곤란할수밖에 없다.

다만, 한은은 금통위원들이 가급적 해외 여행을 자제하는 것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국내 소비에 무게를 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공공기관에 외유성 연수나 역할 없는 출장 등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었던 점도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한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이 2인 이상 가급적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 것은 금통위 회의 출석 관련 규정도 고려한 측면이 있지만 내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행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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