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채권 금리가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1%포인트 오를 때마다 전체 증권사 채권 부문에서 1천억원 안팎의 평가손실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금리 급등 당시 큰 손실을 본 후 올해는 총자산 대비 채권 비중을 낮추고 있지만, 채권을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반드시 보유해야 해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5bp 상승한 1.938%에 거래가 마감됐다. 2015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고채 5년물은 5.2bp 오른 2.142%에 마감했고, 10년물도 연 2.418%로 3.9bp 올랐다. 5년물은 2015년 2월 이후, 10년물은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분기까지 총 60분기 동안 전체 증권사의 금리 민감도를 추정한 결과 평균 0.84로 추정했다. 국고채 3년 금리가 0.5%포인트, 1.0%포인트, 1.5%포인트 상승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전체 증권사는 각각 최대 7천615억원, 1조5천278억원, 2조2천94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고채 3년 금리가 과거 최대치만큼 상승하는 것을 가정하면 국내 증권사는 최대 1조22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bp 상승할 때마다 증권사들의 보유채권의 손실액이 991억원씩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세를 탄 당시에도 증권사들은 채권 부문에서 큰 손실을 봤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국고 3년 금리는 3분기 말 1.24% 수준에서 11월24일 장중 1.811%로 60bp 가까이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 평가 대상인 국내 24개 증권사가 이때 채권 부문에서 1천74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채권 보유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은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국내 53개 증권사의 채권 관련 이익도 25억원으로 떨어졌다. 간신히 손실을 면한 수준으로, 금감원이 증권사의 채권 이익을 구분해서 집계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후 증권사들은 채권을 보수적으로 운용해 왔다. 국내 증권사의 보유채권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현재 총자산의 46%다. 지난해 말 50%였던 데서 1분기 말 48%였다가 또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그러나 채권을 ELS나 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반드시 보유해야 해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채권을 ELS나 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기 때문에 줄이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손실 발생은 증권사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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