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악화시키는 일방적인 요인이 아니라 양국 간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은 물론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한미 FTA 재협상이 총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미 간 관세율 인하·철폐시 한국의 대(對) 미국 수출은 최대 156억달러,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최대 429억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미 FTA가 양국 간 교역을 증대시키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대한국 수출을 크게 늘려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결과다.

보고서는 산업내 로테크(Low-tech) 내수기업과 하이테크(High-tech) 수출기업의 경쟁관계와 노동자와 각 기업군을 모형화해 부문별 관세율 인하에 따른 양국의 수출증대 효과를 네 가지 시나리오에 맞춰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차 산업과 제조업 부문의 전체 관세율을 완전히 철폐할 경우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153억달러 증가하는 반면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429억달러 늘어 한국의 대미국 수출 증가분을 크게 상회했다.

제조업에 한정해 관세율을 완전히 철폐할 경우 한국의 대미국 수출 증가금액은 156억달러로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큰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FTA는 노동생산성을 개선하고, 기업의 기술진보를 동시에 유발해 한미 양국 모두의 총 생산성도 제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생산성은 네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또 기업 측면에서는 제조업 부문 로테크 내수기업 수는 줄고, 하이테크 수출제조기업 수가 늘어났다. 1차 산업과 제조업 부문의 관세율을 완전히 철폐하면 한국의 하이테크 수출제조기업 수는 1.29%, 미국은 6.21% 증가했다.

정재원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와 같이 한미 FTA는 한미 양국 모두의 총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키는 상호 호혜적인 자유무역협정"이라며 "생산성 증대 효과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 한미 양국 간 교역에 있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대한국 또는 대외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되는 것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미국 산업 전반의 대외경쟁력 약화 등 다른 미국 내부 산업구조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요구는 한미 양국의 교역감소, 총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른 피해는 미국이 훨씬 클 것"이라며 "양국의 기업이 상대국에 대규모로 투자한 상황에서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는 양국의 기업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