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결제 분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카드사들이 사업 영역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로 하는 캐피탈사 대비 낮은 조달금리를 바탕으로 대출 금리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카드사 할부금융의 성장 배경이다.

◇1년여 만에 두 배 늘어난 車 할부…후발주자 KB '급부상'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전 업계 카드사가 보유한 할부금융자산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4조7천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잔액이 2조4천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섯 분기 만에 두 배 가까이 잔액이 늘어난 셈이다.

카드사들의 할부금융은 기계류 할부 등을 일부 취급하는 롯데카드를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당초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주도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본격적으로 자산을 확대하면서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특히 KB국민카드의 경우 2015년 말 4억 원 수준이던 할부금융자산이 올해 6월 말에는 6천500억 원가량으로 급증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2015년 말 사업을 시작한 이후 딜러 영업망 확충 등을 통해 영업환경을 구축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며 "카드사가 제시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이 비슷한 만큼 보유 회원을 기반으로 자산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카드도 2015년 말 36억 원가량이던 할부금융자산을 3천600억 원까지 늘렸다.

삼성카드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삼성카드의 할부금융자산은 2015년 말 3천억 원에서 1조4천억 원대까지 증가했다.

반면 카드사 중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 선두주자인 신한카드의 경우 자산 증가 속도가 주춤해졌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의 할부금융자산 규모는 1조9천억 원에서 2조2천억 원으로 3천억 원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리 경쟁력 바탕 영토 확장…車 회사와 제휴도 확대

카드사들은 캐피탈사 대비 낮은 조달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할부 시장을 꾸준히 공략할 예정이다.

카드사의 조달금리는 신용등급 AA+ 카드사 3년물 기준으로 10일 현재 2.332%(민명 3사 )인 반면 주요 캐피탈사들이 분포한 AA- 등급 기타금융채 민평 금리는 2.631%로 높다.

조달금리의 차이는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출 금리 차이로 곧바로 연결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소나타 LF 기준으로 현금결제 10%, 24개월 할부를 적용할 경우 신한카드와 우리카드 등 카드사는 3%대 후반 금리를 제공한다. 반면 현대캐피탈 등 캐피탈사는 4% 중반에서 5% 중반대 등으로 금리가 높다.

낮은 금리에 다양한 포인트 혜택까지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카드사의 차 할부금융 시장 경쟁력은 이미 캐피탈사를 넘어선 상황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금융 강자인 캐피탈사들이 제조사들과의 캡티브 계약과 딜러 영업망 등을 통해 시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카드사들은 이 영역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볼보자동차 코리아와 캡티브 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BMW그룹코리아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멤버십 프로그램 도입 등 공동 금융상품을 출시키로 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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