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신용등급 'BBB+'인 대한항공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깜짝 놀랄 성과를 달성했다. 당초 금융시장에서 대한항공이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고 있는 데다 발행규모가 800억원으로 비교적 크다는 점에서 '미달'을 점치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메리트로 금융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완판됐다. 더욱이 최근 대한항공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밑거름이 됐다.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년 6개월 만기로 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자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등을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전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대한항공 회사채에는 3천350억원의 유효수요가 몰렸다. 발행 예정액을 감안하면 4배를 웃도는 초과수요를 확보한 셈이다.

금리밴드 하단으로 제시한 마이너스(-) 50bp 이하로 모든 주문이 집중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최대 1천6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에 확보하게 될 자금은 이달 말 만기 도래하는 1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사용된다. 발행예정일은 오는 18일이다.

대한항공의 수요예측 결과는 A급 회사채와 달리 BBB급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냉랭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리테일 수요가 커지고 있는 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주문이 밀려들었다"며 "더욱이 고금리 매력이 부각되면서 대규모 '오버부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매번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4년 이후 실시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대한항공은 여섯 차례 연속 미달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공모채 발행 당시엔 수요예측 '전량 미달'도 겪었다.

그간의 수요예측 결과와 비교하면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수요예측 또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받지 못한 기관을 중심으로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전일 기준 대한항공의 1년 6개월물 개별 민평금리는 연 5.413%다. 회사채 증액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증액이 없을 경우 -140bp의 발행 스프레드를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연 4.013% 수준에서 발행금리를 확정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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