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시점이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주력인 면세사업 실적이 악화된 탓이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는 면세사업 실적이 회복된 뒤 상장작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봉철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은 12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문제가 있어 호텔롯데가 상장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2015년 8월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일본 계열회사의 지분율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기업이지만, 최대주주가 일본롯데홀딩스라서 '롯데그룹이 일본기업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던 때다.

이에 호텔롯데는 지난해 5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6월 말 상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가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호텔롯데는 공모가를 하향 조정해 증권신고서를 수정 제출했지만, 검찰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여기에 이봉철 실장의 언급대로 최근 '사드 문제'가 겹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시점이 더 불투명해졌다.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하는 중국 당국이 지난 3월 중순부터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한 이후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호텔롯데가 지난해 6월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방식으로 산정한 호텔롯데 영업가치는 약 12조9천231억원이다. 호텔롯데 영업가치는 면세부문(12조478억원), 호텔부문(3천360억원), 월드부문(4천316억원), 리조트부문(1천77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당시 호텔롯데는 약 3천400만주를 발행해 자본유입 규모가 약 2조9천억원에서 3조8천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사드 직격탄을 맞으면서 호텔롯데의 면세부문 영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호텔롯데의 면세부문 영업가치는 5조9천413억원이다. 불과 1년 사이 면세부분 영업가치가 6조1천66억원 감소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가 면세사업 실적이 회복된 뒤 상장작업을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사드 이슈로 올해 호텔롯데 실적이 상당히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올해 실적을 기반으로 IPO를 추진하면 공모가가 호텔롯데와 롯데그룹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텔롯데는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사드 이슈가 해소되고, 실적이 반등한 이후 IPO 시기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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