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정책 수혜 기대감에 투자 수익까지 대박이 나며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의 뒤편에 파생되고 있는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장외시장에서는 게임업체 블루홀 가치가 나날이 급등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블루홀 주식은 주당 77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20만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무려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블루홀의 가치가 폭등하며 여기에 투자한 VC도 대박 예감에 휩싸였다. 지난해 IMM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는 블루홀에 13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지난 2015년에는 케이넷투자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벤터캐피탈이 180억원을 투입했다.

미국 유명 VC인 알토스벤처스도 8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블루홀의 증시 상장이 가시화되면 이들은 수십 배의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다.

블루홀 뿐만 아니라 이미 상장한 펄어비스에 투자한 LB인베스트먼트 등의 업체도 투자금의 최대 20배까지 회수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한 VC들도 5배 이상의 수익을 노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루홀 같은 기업의 주식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얼마에 몇천주만 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기업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도 대형 VC 투자 기업을 위주로 딜 기회를 노리고 있어 업계 호황은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새 정부 정책 기조까지 더해지며 업계 분위기는 매우 좋다.

그러나 호황이 두드러지는 만큼 이에 따르는 잡음도 상당하다. IPO를 통한 자금회수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VC업계의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 중 70% 이상이 VC가 투자한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VC가 증권가에 미치는 입김은 더욱 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VC가 증권사의 공모가 산정에도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태도를 보이는 등 갑질성 행태가 짙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의 경우, VC가 원하는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기 위해 초대형 IB 두세 곳을 대상으로 세 차례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주관사 선정을 위해 수차례 제안 PT를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향후 IB 딜을 유치하기 위해 VC가 결성한 투자조합에 내키지 않아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량 기업의 경우 주관사 선정에 있어 지분을 들고 있는 VC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증권사는 어쩔 수 없이 을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 운용사 등에서는 비공식적인 바터 거래나 리베이트 등의 행위도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러한 형태는 다른 운용사들이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명백하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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