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체제에서 처음으로 한지붕 밑에서 살림을 차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여의도 본점에 허인 행장 내정자의 새로운 집무실을 마련하기로 하고 빈 공간을 마련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과 허 행장이 함께 여의도 본점에 집무실을 두고 업무를 볼 예정"이라며 "행장 집무실 공간을 새로 마련하기 위해 은행 일부 부서가 명동 본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회장과 행장이 한 건물에서 일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KB금융 회장은 명동(옛 국민은행 본점)에, 국민은행장은 여의도(옛 주택은행 본점)에 각각 자리 잡고 있었다.

2008년 지주회사 전환 직후 황영기 회장-강정원 행장 시절부터 그랬다.

어윤대 전 회장은 민병덕 당시 행장이 있는 여의도 본점 13층에도 사무실을 뒀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를 뿐 주로 명동 집무실을 이용했었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도 명동과 여의도에 따로 있었다. 이들이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저녁 식사를 겸한 경영협의 때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리적 거리 때문인지 여의도에 있는 행장은 회장이 의심스러웠고, 명동의 회장은 행장이 딴마음을 품은 것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 회장과 행장이 통합 사옥에 근무하며 스킨십이 잦았다면 회장과 행장의 갈등으로 촉발된 'KB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KB 안팎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윤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지주사를 여의도 본점을 옮겼다. 행장을 겸직하면서 기존 13층 회장 집무실을 폐쇄하고 12층 행장실에 사무실을 차렸다.

명동 본점 매각과 맞물리면서 이사 온 것도 있지만, 지주와 은행 간 업무 효율성 제고를 통한 그룹 시너지 극대화라는 명목도 있었다.

같은 이유로 윤 회장은 3년 만에 행장을 분리했지만 그대로 여의도 본점에 머무를 예정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한 건물에서 일하는 경우는 신한금융뿐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김정태 회장은 을지로 하나은행 별관에, 함영주 행장은 지난달 문을 연 을지로 신사옥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도 김용환 회장과 이경섭 행장이 서로 다른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이 불편해하더라도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과 한 건물에서 일해야 효율적"이라며 "윤 회장과 허 행장이 한 건물에서 업무를 본다는 것 자체가 KB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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