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국내 상장사 중 미성년 주주 비율이 가장 높은 한국항공우주(KAI) 주식 매매가 정지됐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것으로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까지 KAI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KAI의 기업 가치와 방산산업의 중요성이 높아 상장폐지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11일 하성용 전 KAI 대표이사가 5천억원대의 분식회계 및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자 KAI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기자본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이 전·현직 임직원 횡령·배임이나 분식회계 규모가 자기자본의 2.5%를 넘을 경우 매매가 정지된다.

지난해 말 KAI의 자산총액은 2조9천332억원이다. 하 전 대표가 5천억원대의 분식회계 및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KAI는 매매가 정지됐다.

매매 거래 정지 후 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KAI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검찰 기소 사실을 포함해 ▲기업 계속성 ▲경영 투명성 ▲공익 실현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15영업일 이내인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한다.

여기서 심의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할 경우 주식 매매 거래가 재개된다.

KAI는 국내 상장사 중 미성년 주주 비율이 가장 높은 대표적인 '금수저' 주식이다. 지난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소유한 주식 시가총액은 4조9천89억원이었다. 이 중 2조170억원이 KAI 주식이었다.

한미사이언스가 5천464억원으로 KAI와 격차가 벌어지는 2위였다. 이에 따라 KAI의 상장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KAI의 상장폐지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기업 규모가 크고 계속 기업 가치가 높은 데다 방산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처럼 장기간 거래가 정지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산 업황이 양호하고 영업이익률이 3%를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가 1년간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 대우조선해양은 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5,544%에 달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AI 신임 대표 선임으로 사업이 안정화되고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을 포함해 그간 지연된 해외 수주가 다시 추진될 것"이라며 "국방예산도 증액돼 예산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하반기 실적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나 상장폐지 확률은 낮다"고 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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