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중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천신만고 끝에 연장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논란 등으로 정해진 계약 만기까지 지나며 중단 위기에 놓였었지만, 역내 금융안정과 위안화 국제화 등 경제적 기능에 초점을 두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이끌어낸 점에 우호적 평가가 쏠린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사드 배치, 미국·일본의 동조, 중국의 반발 등 한반도 역학관계까지 맞물려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애초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은 손쉽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2016년 4월 바하마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총회에서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나 2017년 10월 만기의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유일호 전 부총리와 저우샤오촨 총재는 3천600억 위안(현재 환율 기준 약 550억 달러)에 달하는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할 것도 논의했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원화와 위안화를 교환하는 계약인 만큼 달러 유동성 공급 차원보다 무역 결제시 원화·위안화 비중을 높여, 양국의 달러 의존도를 낮추자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2009년 4월에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맺었고, 2014년에는 이를 3년 연장한 바 있다.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에 회의적 시각이 대두하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초다.

일본 정부가 1월 6일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통보해오면서, 한·중 통화스와프도 정치 문제와 엮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인 방한 관광객 자제, 중국에 위치한 국내 기업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 등 사드 보복 논란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한·중 통화스와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정부에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한 측면이 있지만, 마이너스 통장 개념의 통화스와프의 성격상 연장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통화스와프 문제는 북한 도발 및 사드 배치 등 정치·외교적 이슈를 곁눈질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 입장과 북한의 맞대응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국제정세가 안갯속에 들어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10월 만기를 앞두고 한국은행과 인민은행 실무진은 7∼8월 스와프연장 문제를 조심스레 협의하기 시작했다. 법률 조항 등 방대한 문서를 검토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와중에 9월 13∼1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 3개국 총재 3명이 같이 활동하는 것이어서 한·중 총재가 따로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괜스레 사드 문제와 뒤섞이지 않도록 양국 중앙은행이 조심스럽게 접근을 한 셈이다.

그동안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대방이 있는 문제여서,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언급을 꺼려왔다.

10월 10일 이전에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마무리 짓겠다며 한은과 정부를 속도를 냈다.

한은과 기재부 실무 핵심 관계자는 9월 하순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실질적으로 현행 협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여름 휴가 기간과 최장 10일에 달하는 추석 연휴 동안에도 실무협상은 이어졌다.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한은과 기재부는 "10일 만기 도래하는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과 관련해 당분간 현재 상황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실무협상을 완료하고 중국 정치 수뇌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18일 이후부터 시작될 중국 제18차 당대표회의 이후에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문제가 정치적 결단에 따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비교적 빠르게 13일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총리는 "한·중 통화스와프 관련 기재부와 한은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함께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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