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통신·전자업계에서도 찬반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놓기 이전에 실제로 통신비 인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제도의 실효성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알뜰폰 사업자, 유통점 등 이동통신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은 국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각각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도 조만간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 법안은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이통사의 단말기 직접 판매를 금지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가 있다.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사의 요금제 가입을 분리한 뒤 시장 경쟁을 촉진해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정책 목표도 유사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완전자급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알뜰폰 사업자 역시 이 제도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의 유통망 장악이 사라져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통시장의 중심축인 이통 3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은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단말기 유통구조를 완전히 뒤엎는 제도이기 때문에 찬성보다는 반대에 의견이 쏠렸다.

하지만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이통사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단말기와 서비스, 콘텐츠가 분리되면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실적 면에서 보면 이통사에게 나쁠 게 없는 제도다.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뗄 경우 마케팅 비용으로 분류되는 지원금을 줄일 수 있어 궁극적으로 수익성 관리에 유리하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여전히 신중론을 고수하며 사실상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업계 1위로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SK텔레콤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셈법이 복잡한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꾸려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반대로 LG전자는 단말기 가격경쟁에 나설 수 있어 완전자급제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이 찬반 입장을 정하기에 앞서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실효성에 대한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다수의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단말기 가격이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통신사 지원금이 사라질 경우 소비자의 단말기 비용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며 "곧 만들어지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심도 있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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