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30원대 초중반에서 방향성을 상실하면서 원화 강세를 이끌 요인들이 주목된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현재 환시 참가자들이 꼽은 원화 강세 요인은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 외국인 주식 순매수,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등이다.

◇외국인 바이코리아, 지속될까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 주식순매수는 지난 9월29일 318억원에 그치다 지난 10일부터 3거래일간 1조7천659억원 규모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는 499억원 순매도로 매수세가 줄었다.

외국인 주식매수는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를 심리, 물량 면에서 톡톡히 뒷받침하는 변수다.

서울환시에서 저점 결제수요가 유입되더라도 주식자금이 유입된다면 달러 매도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채권매도 자금이 역송금으로 유입되면서 달러화 하단을 떠받칠 것으로 내다봤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133.00~1,136.00원 사이의 매도물량이 어느 정도 걷혀서 많이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1,125원선 아래로 트라이하려면 추가적인 변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원화 펀더멘털 호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여파로 지지부진했던 한·중 통화스와프가 연장된 점도 원화 펀더멘털 호조에 한 몫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이날 한·중 통화스와프를 종전 조건 그대로인 약 3천600억위안(약 560억달러), 3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달러-원 환율은 장중 1,129원선으로 하락한 상태다.

다만, 원화 강세폭이 더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어 한·중 스와프의 영향은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B은행의 다른 외환딜러는 "한·중 스와프가 원화 강세에 심리적 재료로 작용할 수 있지만 누적됐던 숏포지션이 몰리면서 달러화가 하락폭을 키운 면도 있다"며 "스와프 연장이 안됐다 해도 달러화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120원대가 계속 공고했던 레벨인 만큼 달러화 하락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점은 원화 강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은 통상 10월 중순께 환율 보고서를 발표한다.

주말동안 환율보고서가 발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가 하락할 여지를 살폈다. 외환당국의 개입 스탠스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겨냥하는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환율보고서에 기댄 원화 강세 베팅도 제한적이다.

다만, 미국 환율정책보고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추이에 따라 원화 강세폭이 확대될 여지는 열어둘 만한 변수다.

LG경제연구원은 전일 '2018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FTA 개정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하고, 우리나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 가드 발동을 검토하는 등 미국으로부터의 통상 압력이 강화되는 흐름"이라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물량이 많은 품목을 중심으로 재협상이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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