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국내 증시 캐리 수익 유인이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유럽계를 중심으로 유로화 강세에 기반을 둔 캐리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전일 소폭의 순매수(123억원)를 나타냈다. 지난 14일 236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매수세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로화 흐름에 따라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매매 패턴도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본격화됐던 것은 지난 4월 중하순 경으로, 이전까지 매도세를 자주 보이던 외국인은 당시부터 매수 규모를 급격히 키웠다. 지난 4월 25일 하루 동안 약 6천486억원을 순매수하고 5월8일에도 5천394억원의 국내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이런 매수세는 당시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시 유로-달러 환율이 급격히 반등하는 구간에서 유럽계의 캐리 자금이 빠르게 들어왔다.

실제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4월19일 1.0711달러선에 머물렀으나 반등폭을 크게 키우며 4월25일 1.0925달러까지 올라섰다. 프랑스 대선 등 정치적 이슈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해 전반적인 글로벌 위험자산으로 자금 이동이 빨라졌던 것으로 평가됐다.

유로-달러는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이달 초 1.1282달러까지 높아졌고, 외국인도 해당 기간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유로-달러 환율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 변동 추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국인 중에서도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집했다. 약 1조6천억원의 주식을 유럽계 자금이 독식하며, 약 3천100억원을 순매도한 미국계 자금과 대조를 이룬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계 중심으로 외국인 매매 패턴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유로-달러 환율의 하방 경직성이 이어지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이 이달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유로화가 빠르게 약해질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으나, 향후 인상 속도가 더딜 것이란 기대 속에 유로화의 변동성도 제한적"이라며 "외국인 주식 자금의 캐리 유인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초순 유로-달러가 1.06달러 선에 머물던 것을 감안할 때 현재의 1.1143(15일 종가기준)달러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등이 시장이 충분히 반영된 만큼 추가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은 제한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중심의 외국인은 차익실현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며 "이달 18일까지 프랑스 총선 등 유럽 정치 이벤트도 예정돼 있어 유럽계는 위험자산 선호가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화 변수 이외에도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편입 여부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MSCI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21일 새벽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A주의 MSCI EM지수 편입이 확정될 때 2018년 6월부로 5% 부분 편입이 전개된다"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3천억원대의 외국인 수급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한국 역시 선진지수 승격 와치리스트 편입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점에서 심리적 측면의 파장은 상당 부분 경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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