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으로 자산매입 프로그램으로 사들일 수 있는 한도는 약 3천억유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 ECB가 현행 원칙을 수정하지 않는 한 내년에 매입할 수 있는 자산 여유분은 2천900억유로에 불과하다며 ECB는 이제 병목에 걸리게 됐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ECB는 현재 월 600억유로 규모로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내년 5월에는 자산매입 한도가 모두 채워지게 된다.

WSJ은 "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미달해도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축소)에 나서려는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병목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CB는 일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오는 12월까지 유지하겠다고 공표했지만, 프로그램 연장은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ECB 정책위원들은 양적완화 정책을 연장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26일로 예정된 정례 통화정책회의 이후 결정된 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WSJ에 따르면 ECB는 자산매입 규모를 월 400억유로로 줄이는 대신 6개월 연장하거나 월 250~300억유로로 축소하고 9개월 연장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방안은 ECB의 피터 프랫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제안한 방안과 맥락이 비슷하다.

다만 이들 방안은 각각 단점도 있어 ECB는 아직 내부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ECB가 자산매입 규모를 월 400억유로로 줄이되 프로그램을 6개월 연장하면 내년 중반에 "자산매입 절벽"이 발생하게 되고 ECB의 자산매입량은 갑자기 '0'이 되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월 300억유로 매입에 만기를 9개월 연장하면 충격은 다소 완화하겠지만, ECB의 월간 매입량이 월 600억유로의 절반으로 급감하게 되고 시장은 ECB 정책이 불확실하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ECB는 내년에 매입할 수 있는 자산 여유분의 한도를 늘릴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다. ECB는 유로존 내 특정 국가의 정부채를 3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자체 규정을 설정했는데 이를 수정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또 일부 ECB 위원들은 양적완화 종료일을 공식적으로 못 박는 것은 꺼리고 있으며 다른 일부 위원은 단기적으로 프로그램 만기를 연장하는 선택지는 열어두려는 입장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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