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 용퇴 선언으로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쇄신인사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일부 사장단 인사만 단행했고, 지난해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그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장단 인사를 아예 건너뛰었다.

이렇게 3년 동안 인사를 통한 조직의 쇄신이 정체됐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고 수장 가운데 한 명인 권오현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면서 조만간 권 부회장의 후임이 선정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누적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사장을 비롯한 그룹 임원진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여지도 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지만, 그룹의 최고 인사권자로 처음으로 이 부회장의 색깔이 담긴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으나 올해는 권 부회장의 후임 인사와 맞물려 11월에 사장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먼저 권 부회장 후임으로는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유력하게 평가되고 있다. 김 사장은 1958년생(만 59세)으로 D램개발실 실장과 반도체 연구소장을 지낸 반도체통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시장을 지냈고,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거쳐 지금은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을 맡고 있다.

김 사장 말고도 의료기기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전동수 사장, 부사장급인 진교영 D램 개발실장 등도 거론된다. 지난 3월 삼성SDI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 출신 전영현 사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수대행' 역할을 맡으면서 그동안 그룹의 주요 행사를 챙겨온 권 부회장이 물러날 예정이어서 새로운 총수대행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CE(소비자가전) 부문장인 윤부근 대표가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3인 대표 중 한 명인 신종균 IM(스마트폰) 부문장(대표이사)보다 연장자로 윤 대표는 1953년생(만 64세)으로 지난 2012년부터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아오면서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의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표는 지난 9월 국제가전전시회 IFA가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부재 상황에 대해 "참담하고 답답하다"면서 "지금은 선단장이 부재중에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 등에 애로 사항이 상당하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사장단 인사에는 이 부회장의 색깔이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능력 중심의 젊은 경영진으로의 세대교체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평소 글로벌 IT업계의 인사들과 수시로 친분을 쌓아옴에 따라 이 회장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실리콘밸리의 경험을 가진 인사를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정현호 전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의 복귀설도 거론된다. 정 전 팀장은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다른 팀장들과 함께 일괄 퇴진한 바 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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