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대ㆍ기아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는 아무래도 인수하기가 힘듭니다"

대유그룹은 지난해 10월 국내 1위의 자동차 운전대(스티어링휠) 생산업체 대유신소재를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후 딜로이트안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주요 투자자를 상대로 대유신소재에 대한 안내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없었고,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6일 "대유그룹은 신사업에 집중하고자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결국 투자자의 외면으로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이유로는 대유신소재 매출의 90% 이상이 현대ㆍ기아차 등 내수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랜저와 아슬란, 쏘나타, 프라이드, 모닝 등 현대ㆍ기아차 물량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형사들의 협력사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할 경우 대유신소재의 실적도 덩달아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대유신소재의 매출액은 543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1억원에 그친다. 영업 이익률은 3%대에 불과했다. 현대ㆍ기아차가 최악의 내수부진을 기록한 탓이다.

대유신소재 매각안내서를 받은 한 투자자는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매출처가 다변화된 기업이었다면 투자했을 것"이라며 "단기간 매각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원매자를 구했다고 해도 매각과정에서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암묵적인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전에 현대차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는 거래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큰 탓에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반드시 알려야 한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의 영향력 때문이다.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LS오토모티브 딜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부품협력사인 LS오토모티브가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경영권을 넘기는 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KKR 같은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남긴다. LS오토모티브의 지배구조는 나중에 또 바뀌는 셈이다.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기업은 통제하기가 어렵다"면서 "협력사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것은 추후 지배구조가 또 바뀐다는 측면에서 현대차로서는 반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KKR도 LS오토모티브의 경영권 인수 대신 소수 지분만 사들이는 것으로 선회했다. 조만간 거래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물론, 현대차의 의중에는 상관없이 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있다.

미국 델파이는 공조회사인 한온시스템(구 한라비스테온공조)을 현대차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컨소시엄에 넘겼다. 현대차는 인수 측을 압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한온시스템은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지속해서 현대차 비중을 낮추고 있다. 인수 전 50% 수준의 현대차 비중은 현재 40% 안팎으로 감소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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