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국내 자동차업계가 자칫 글로벌 최대시장인 미국과 중국시장을 모두 내줘야 하는 위기에 빠졌다. 사드 배치로 중국의 무역보복이 현실화된 가운데 한미 FTA 재협상으로 미국의 통상압박에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관련 업계는 내수 진작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미 FTA를 무역적자의 주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재협상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무역적자 대부분이 제조업에서 나오기 때문에 재협상이 진행된다면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문제가 의제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관세율이 새롭게 조정됐을 때 향후 5년간 국내 자동차업계가 최대 101억달러의 수출 손실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측면에서는 9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전망했고, 생산유발손실액은 28조원, 부가가치유발손실액은 7조원 규모로 각각 추정했다.

현재 미국이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근거는 무역적자 축소 시도와 불공정 무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무역적자 가운데 가장 큰 원인으로 FTA가 지적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한미 FTA가 '일자리를 없애는 협정'이라고 지적하는 등 한미 FTA 폐지를 암시한 바 있다. 당선 이후에도 관세청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와 관련된 단속 강화를 지시하는 등 통상압박은 이어졌다.

한미 FTA 체결 이전 자동차 부문의 관세율은 한국이 8%, 미국이 2.5%였다. 재협상 진행 시 이와 같은 수준에서 관세율이 적용된다면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교역 추이를 보면 미국의 주장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자동차부품 무역에서 일본으로부터 480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지난해 자동차산업에서 미국으로부터 얻은 무역흑자 197억원의 2.5배 수준이다.

더욱이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689억달러 중에서 80% 정도가 자동차 분야의 무역에서 나오는 셈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한미 FTA와 상관없다는 의미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최대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이미 수출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들어 8월까지 중국에 57만6천974대의 누적 판매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44.7%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기아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53.2% 줄었다. 중국과 통상마찰로 수출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한미 FTA 재협상으로 2.5%의 관세가 부활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각각 4.1%(2천100억원)와 8.0%(1천440억원) 줄 것으로 추정했다.

한중 통상압박에 자동차업계는 해외시장을 다변화해 특정 수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차 출시 등 내수 맞춤형 전략으로 위기돌파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SUV 전쟁이 확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도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차종을 중심으로 전략모델을 개발하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는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증가율(37.1%)이 한국 자동차의 미국수출 증가율(12.4%)보다 3배 가까이 높다는 점 등을 내세워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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