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은행이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에 이어 지난 10년간 담당해온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에서 탈락하며 기관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올해 하반기 기필코 리딩뱅크를 수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 큰 손 고객을 연거푸 뺏기면서 내부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 주거래은행 우선협상자로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국민연금이 공개 입찰을 통해 주거래은행을 선정해온 2007년 이후 줄곧 주거래를 담당해 온 신한은행엔 뼈아픈 패배였다.

10년 전 신한은행은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이 되기 위해 대규모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다. 당시 조흥은행과 합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IT 인프라 등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컸다.

다른 은행이 수익성을 고민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신한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국민연금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입찰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미묘한 온도 차가 있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주거래은행이 갖는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사이버뱅킹시스템 구축이나 기금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거래은행을 담당하는 은행이 수탁은행이나 외화금고 은행, 사무관리사 등도 병행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최대 2개 업무만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기관영업에서 큰 고객을 뺏겨온 신한은행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반드시 지켜냈어야 한 고객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나라사랑카드'는 신한은행이 기관 고객을 잃기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2007년 병무청과 협약을 맺어 독점적으로 예비 병역의무자에게 공급해온 이 카드는 20~30대 젊은 남성 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컸지만, 지난해부터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사업권이 넘어갔다.

올해 7월 국민은행에 뺏긴 14만 명 규모의 경찰공무원 전용 대출 사업권 역시 마찬가지다.

대출을 이용하는 경찰공무원 대부분이 급여통장을 신한은행으로 바꾸게 한 이 상품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2년 신한은행 리테일 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으로 있을 당시 주도해 만든 상품이다.

내부에선 복지카드로 신한카드가 감수해야 할 연간 손실액이 수백억 원에 달한다며 오히려 경찰 대출 사업권을 넘겨준 게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잘 키워놓은 시장을 5년 만에 국민은행에 뺏겼다는 소식에 조 회장이 직접 은행 관계자를 질타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6월과 9월 인천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 영업점과 환전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이 역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연간 임대료만 수십억에 달하는 공항 사업권의 경우 6년간 운영할 경우 임대료만 수백억에 달하기 때문이다. 환전 이외에 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되다 보니 공항 지점은 연간 수백억 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기관영업을 담당하는 내부 부서는 그야말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당장 이달 말 예정된 국민연금 주식ㆍ채권ㆍ대체투자ㆍ사무관리 수탁은행이 최대 관심사다. 주거래은행에서 탈락한 만큼 수탁은행에 선정돼 국민연금과의 거래를 이어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2금고를 맡은 강원도 금고 은행 입찰도 부담이다. 합병 전 조흥은행이 1금고를 맡아 그 자리를 넘겨받았지만, 농협은행에 1금고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2금고를 맡은 충청북도 금고 은행도 수성해야 하는 자리 중 하나다. 대전시와 전라남도 주요 도시 시군금고 역시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이 연이어 큰 기관 고객을 내주면서 과거 공격적이던 영업력이 약화한 게 아니냐는 내부 반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맨파워'가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영업 유치 전쟁이 하반기에 집중된 만큼 올해 연말 정기 인사에 영업 성과에 영향을 주리란 전망도 우세하다.

사실상 조 회장과 위 행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되는 부행장급 인사인 만큼,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물갈이식 교체가 단행될 것이란 뜻이다.

또 다른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임기 만료를 포함해 앞으로 사업부문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야 하는 시기라 올해 연말 인사 폭은 다소 커질 수 있다"며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내부 위기의식도 고조돼 있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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