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JP모간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가상통화(cryptocurrency)는 사기이며, 진정한 것이 아니므로 최종적으로는 폐쇄될 것(The cryptocurrency is a fraud. It's just not a real thing, eventually it will be closed)"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 등 가상화폐의 거래량은 늘고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광풍이 불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미국과 유럽을 앞질렀다. 국내 대표적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이 넥슨에 팔린다는 것도 국내 가상통화시장의 열기를 잘 보여준다.

가상통화는 국가 또는 중앙은행만이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화폐제도에 대한 도전이며, 소위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철학적 근거로 하고 있다.

가상통화는 개발자가 개설하는 프로그램 코드를 기반으로 해 각 참여자가 일종의 문제해독을 통한 작업증명(proof of work)을 거쳐 블록(block)을 형성하고 그 대가로 가상통화를 획득(mining)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후 가상통화가 제삼자에게 이전ㆍ거래되고 이러한 거래는 전체 블록체인으로 연결된다. 해당 거래는 모든 참여자가 미리 프로그램된 방식에 따라 인정을 해야만 승인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거래의 안전성이 확보된다. 결국, 가상통화는 발행자가 없는 가운데 프로그램으로 생성, 이전되는 구조다. 따라서 일종의 프로그램 내지 데이터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우리 금융감독당국도 가상통화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전자화폐에 해당하지 않고 화폐ㆍ통화나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다만, 가상통화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국내에서는 개인 간의 가상통화 매매 외에 가상통화를 이용한 해외송금과 국내외 가상통화의 시세차익거래, 가상통화공개(ICO) 등이 이뤄져 왔다.

먼저 해외송금과 관련, 정부 당국은 당초 이를 외국환거래법상 미인가 외국환취급업자의 환치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금지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환거래법령의 개정을 통해 올해 7월부터 소액 해외송금업자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소액 해외송금업자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또 국내 가상통화 시장이 과열돼 그 시장가격이 미국 및 유럽의 시장가격을 추월했고, 이에 국내외 가상통화의 시세차익을 실현하려는 거래들이 시도됐으나, 정부는 시중은행들이 가상통화의 차익거래를 위한 해외송금업무를 취급하지 말도록 지도함으로써 사실상 가상통화 차익거래를 어렵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가상통화 열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다수의 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 거래가 행해졌는데, 이 중 일부는 실제 가상통화를 생성할 기술이나 장비 등이 없이 일반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음으로써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으로 수사대상에 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업체는 주로 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해 일반인들에게 접근하면서, ICO에 투자하면 장래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선량한 투자자들을 유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피해사례가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향후 유사수신행위법을 개정해 가상통화거래행위를 규정하고, ICOㆍ신용공여ㆍ시세조종ㆍ표시광고 등 금지행위를 명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근본적이고 보수적인 규제 일변도 정책 방향에 대해 관련 핀테크 업계는 다소 무리한 규제라는 반응이다. 현재 미국, 일본 등의 규제와 유사하게 가상통화매매, 중개, 거래, 발행업무를 영위하고자 하는 가상통화취급업자에 대한 인가제를 내용으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이나, 금융당국은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면서 가상통화 거래업에 제도권 금융회사가 관여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현재 국내 가상통화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돼 있고, ICO 관련 피해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대응은 시기상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거나 가상통화 거래업과 관련해 제도권 금융회사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는 법적 근거나 규제의 합리성 등 측면에서 과도한 점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상통화나 ICO를 이용해 타인의 자금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규제돼야 마땅하나,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진정한 실력과 기술을 겸비한 국내 핀테크업체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가상통화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교환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하나의 지급수단이나 가치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반해 가상통화를 단지 사기 행태로 치부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 또한, 가상통화로 인해 국가의 금융시스템과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해서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인가제 또는 등록제를 통한 가상통화취급업자의 제도화 내지 합법화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통화에 대한 법적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더리움의 창시자이자 최근 서울을 방문한 비탈릭부테린(VitalikButerin)의 인터뷰 내용을 옮긴다. 그는 올해 포천(Fortune)지가 선정한 40세 이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0명 가운데 공동 10위에 올랐다.

"ICO를 완전히 금지하는 건 기술적 발전을 확실히 저해할 것으로 본다. ICO를 전면 금지하면 개방 소스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 기회가 봉쇄돼 개발자가 뛰어들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술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단계에선 세부적 규제는 오히려 문제만 만들 수 있다. 어설픈 규제는 우회해 버리거나 부작용만 부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의도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본다…. 한국이 좋다. 기술적으로 매우 진보한 나라 같다. 그리고 한국의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매우 크다. 한국에서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고, 더 많은 개발과 프로토콜 성취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박철홍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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