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를 웃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12월 금리 인상 전망 강화에도 수익률 곡선이 지속해서 '평탄화(플래트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낮은 장기물 금리가 "불길한 신호"라며 금리 인상의 범위와 속도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채권 커브 역전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그것을 피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닐 킴벌리 칼럼니스트는 카플란의 지적을 인용, "미 국채금리가 향후 '골칫거리(trouble)'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또 12월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환경이라면 금리 인상에 민감한 단기물 금리가 더 빠르게 올라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져야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고 있다.

앞서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임기 마지막 날인 13일 경제 지표가 탄탄하면 12월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한 발언에도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물가 부진에 오히려 축소됐다.

카플란은 지난 10일 연설에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은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려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였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했다.

최근의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저물가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ING은행은 앞서 보고서에서 "시장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이미 우리가 더 낮은 미국 인플레이션을 가격에 반영한 지점에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심지어 연준 프라이머리 딜러(PD) 설문조사에서도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평균 인플레이션을 1.78% 근처로 예상했다"며 "인플레 프리미엄의 부족은 채권 금리가 구조적으로 '더 오래 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곡선 평탄화는 저물가 이외에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도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준은 양적완화(QE) 프로그램하에서 매입했던 미국 국채를 롤오버하지 않음으로써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미국 장기물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재무부는 장기물 금리를 올려 장기물의 투자 유인력을 높여야 해 이 과정에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논란이 있지만, HSBC는 이달 초 재무부가 유연성을 발휘해 수요에 대한 대응으로 현재 환경에서 단기물 채권을 더 발행해 수익률 곡선은 "약간 더 평탄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호이징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양적완화 축소는 "자금과 신용 시장에 상당한 감속효과(slowing effect)를 줄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이징턴은 "양적완화 축소가 2018년까지 계속되면 수익률 곡선은 역전될 수 있다"라며 다만 이는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수익률 곡선에서 단기물 금리가 받을 영향을 배제한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킴벌리는 이러한 결과는 연준을 공포에 떨게 하겠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미 국채수익률 곡선의 플래트닝은 대체투자로서의 아시아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긴축 환경과 수익률 곡선의 플래트닝은 양립할 수 없다"며 이러한 점에서 카플란의 우려는 "근거가 충분한 얘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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