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기금들이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담자산운용제도(OCIO, 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OCIO 시장 규모가 현재 90조 원에 육박하는 데다 기금과 재단, 퇴직연금 등의 수요도 계속 증가해 OCIO가 자산운용사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UG는 총 2천800억 원의 자금을 자산운용사 4개 기관, 증권사 4개 기관에 나눠 맡길 계획이다.

HUG는 자산 스타일별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지 않고 OCIO를 통해 여유 자금을 운용하기로 했다.

OCIO는 자산운용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외부의 투자관리전문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자산의 전략적 자산 배분과 목표수익률 설정, 자금 집행, 위험관리까지 위탁운용사가 총괄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산운용사가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기금들은 중장기 자산배분 비중을 위원회를 통해 직접 결정하고,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직접 투자하거나 스타일별로 쪼개 운용사별로 맡겨 자산을 운용했었다.

직접 운용을 위해서는 기금들이 사람을 직접 뽑아야 하는 데 우수한 운용역을 데려오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OCIO를 도입하면 운용사 관리 업무만 기금이 집중하고 위탁수수료만 지불하면 돼 인건비, 인력 등 내부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HUG처럼 여러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 나눠 OCIO 자금을 집행하면 리스크 분산도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는 OCIO가 활성화돼 대학기금과 재단, 퇴직연금, 고액자산가까지 OCIO를 활용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의 OCIO 위탁 운용자산 규모는 2015년 3월 기준 약 1조4천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기획재정부가 관할하는 공적 연기금투자풀이 OCIO인 주간운용사 체제를 도입했고,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고용노동부의 산재보험기금 및 고용보험기금, 한국증권금융의 민간 연기금투자풀 등이 주간운용사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공대가 민간 연기금투자풀에 1조1천억 원을 위탁하기로 했고,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과 대기업 퇴직연금 등도 OCIO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사들은 OCIO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OCIO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투자풀운용본부와 산재보험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만들어 OCIO를 관리하고 있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향후 OCIO를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정하고 운용역들을 대거 보강했다.

하이자산운용은 최영권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을 대표로 영입한 후 OCIO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6월에는 솔루션운용실에 OCIO팀을 구성하고 인력을 충원했으며, 최근에는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1천억 원의 OCIO 자금을 위탁받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금들은 OCIO로 투자 기회비용을 줄이고 더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며 "OCIO 시장이 향후 계속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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