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문법은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삶의 기술'에 대해서는 겹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예수와 부처가 전한 '삶의 기술'의 핵심은 마음입니다."

'예수처럼 부처처럼'의 저자 이영석 예수회 신부는 미국 버클리 예수회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불교철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인성과 영성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자는 16년 전 불교철학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고승들의 어록을 편집한 '경덕전등록'과 '벽암록', '무문관' 등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느낌과 깨우침을 틈틈이 일기 형식으로 적어뒀다.

이 책은 그 노트들 가운데 '무문관' 부분만 다듬은 것이다.

무문관은 중국 송대의 무문혜개(無門慧開) 선사가 1천700여 칙(則)의 공안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48개의 공안(公案)을 가려 화두 참구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예수처럼 부처처럼'은 그리스도교와 불교와의 만남을 성경과 무문관 안에서 그 접점을 찾아내어 풀어내 합일점을 찾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저자는 가톨릭 교회 수도자이자 사제로서, 동시에 불교 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학생이자 선생으로서 일상의 한줄기 빛을 비추어 준 예수와 부처의 삶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문법은 많이 다르지만,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삶의 기술(ars vitae)'에 대해서는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교 고유의 주어와 술어로, 불교는 불교 특유의 목적어와 보어로 삶의 내용과 형식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두 종교의 문법은 다르지만, 문법에 너무 끌려다니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고 조용히 지적한다.

그는 결국 예수와 부처가 전한 '삶의 기술'의 핵심은 마음이며, 이는 헛된 망심(妄心)이 아니라 진실한 진심(眞心)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문법은 다르지만 삶의 자세에 대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꼭지 끝머리마다 자리한 작가의 짤막한 시는 묵상의 감칠맛을 내면서 다시 글 전체를 되새김질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종교를 가지고 있어도, 있지 않아도 마음을 정화하고자 하는 모든 독서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성바오로, 376쪽, 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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