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주요 증권사가 수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아가는 리테일 부문의 계약직 직원들을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일부 계약직에 대규모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사례가 나타나자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재계약 기준을 바꾸는 등의 시도가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0대 증권사 리테일 정규직 근로자의 숫자는 지난해 말보다 100명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약직원의 숫자가 160명 가까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전체 증권사에서 올해 들어 2천170여명의 정규직이 줄어든 분위기와도 사뭇 비교된다.

◇리테일 강화에 늘어난 계약직…증권사엔 또 다른 고민

주요 증권사들은 리테일 역량 강화를 위해 우수 직원 유치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규정을 내세우며 인력 영입에 나섰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금액의 40%를 영업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실적이 뛰어난 직원의 경우 많게는 70%까지 인센티브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공격적으로 인력을 찾고 있는 하이투자증권도 계약직 영업직원의 인센티브 비율이 50%를 넘는다.

반면, 정규직 영업직원의 인센티브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책정됐다.

증권사마다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나, 대개 손익분기점을 넘는 금액의 8%에서 12~13%의 비율로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많게는 30%까지도 책정되나 어디까지나 아웃라이어(outlier.성과가 매우 뛰어난 직원)의 얘기다.

성과가 좋은 일부 계약직 영업직원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인센티브가 책정되는 경우도 늘어났다.

◇고연봉 계약직 정규직 전환 잇따라

정규직과의 현격한 인센티브 차이에 하나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에서는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어 긍정적이었다. 직원 입장에서도 정규직 전환이 나쁜 조건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봉을 높이는 것보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정규직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며 "업황이 계속 좋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은 물론 소득 안정성 측면에서도 정규직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동부증권 등에서는 높은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계약직에 대해 재계약 시 계약 조건을 올리기도 한다. 앞서 동부증권에서는 계약직원의 재계약 시 약정 수수료 실적을 월 500만원에서 1천만으로 상향한 바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오퍼나 새로운 계약 조건이 맘에 들지 않으면, 실적이 좋은 영업직원이야 회사를 옮기면 된다고는 하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며 "기존 고객 자산의 30%만 타사로 옮겨가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고객 풀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를 옮기기 쉽지 않아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다"며 "영업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인센티브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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