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 후보가 5명으로 추려짐에 따라 이번 인사가 국내외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의장 지명이 임박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라간 최종 후보 명단에는 재닛 옐런 현 의장을 비롯해 제롬 파월 연준 이사와 개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은 인사 시기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떠나는 11월 3일 이전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보들의 통화정책 성향을 살펴보면 연준의 현 지도부인 재닛 옐런 의장과 제롬 파월 이사는 '비둘기파'로 꼽힌다. 기준금리를 가급적 점진적인 속도로 올리는 것을 비롯해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반면 케빈 워시 전 이사와 존 테일러 교수는 긴축 노선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된다. 존 테일러 교수는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어 가장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개리 콘 NEC 위원장의 통화정책 성향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를 후보군에 포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둘기파 성향의 인물이 새 연준 의장으로 선임될 경우 '올해 1차례, 내년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과 완만한 보유자산 축소'로 요약되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노선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

매파 성향의 인물이 선임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속도가 빨라지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연준이 의장 한 사람의 리더십이 아닌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데다 급격한 긴축이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면 변화의 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 의장 후보들을 비둘기파 또는 매파로 분류하곤 하는데 정책 성향의 편차가 크지 않아 그런 분석에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며 "연준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을 원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연준 의장 선임 이슈가 국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파 인물이 의장이 돼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국내 통화정책 당국이 한미 간 금리 차 확대와 외국인 자본 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이 거시경제 여건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고려 없이 한미 간 금리 차 확대만을 이유로 통화정책노선에 큰 변화를 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매파 의장이 선임되면 '한미간 금리 안전거리' 확보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다만 금리차 확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빨리 가져가면 가계부채 등 다른 곳에서 문제가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내년에 1차례 정도 인상될 것이라는 게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라면서 "새 연준 의장 선임 재료가 이런 전망을 크게 뒤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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