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유업계가 업황 개선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셈법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외적으로 국제유가 및 마진이 출렁이면서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경유세 인상 등의 대내적인 이슈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정유업계들이 앞다퉈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배경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총 4천500억원가량을 투자해 현재 39.1%였던 고도화비율을 오는 2018년까지 42%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의 국내 경쟁업체와 견줘도 최고 수준이다.

고도화 설비는 원유를 정제한 후 남는 벙커C유를 재처리해 휘발유나 등·경유 등 수익성 있는 경질제품들로 탈바꿈하는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9년 현대오일뱅크가 처음 도입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유 정제시 40~50%의 잔사유가 나오는데 이는 원유 가격 이하에서 거래된다"며 "이를 휘발유와 프로필렌, 알킬레이트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경질유로 바꿔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1년 2조6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제2고도화 설비를 준공, 고도화비율을 34.4%까지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리뱀프(Revamp) 작업을 거쳐 고도화비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도화비율 확대는 결국 본업인 정유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기존 수익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반면, 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화학·배터리를 중심으로 비지니스 모델 혁신을 준비 중이다.

지난 1990년 이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울산CLX의 고도화비율을 23.4%까지 확대한 SK이노베이션도 주력인 정유를 대신해 화학 중심의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부문에서는 운영 최적화와 원유 도입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도모할 예정"이라며 "화학,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인수를 결정, 오는 8월 1일을 목표로 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베이직케미칼 중심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패키징과 오토모티브 등으로 체질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유럽 공장 건설 등의 계획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재 헝가리와 체코 등을 공장 후보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의 경우 본업은 정유사업의 경쟁력 제고에 나서는 동시에 '올레핀'을 중심으로 한 화학부문의 포트폴리오 강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총 투자비만 5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에쓰오일은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를 통해 기존 22.1% 수준이었던 고도화비율을 30%대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연산 40만5천t의 폴리프로필렌(PP)과 연산 30만t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를 건설하기로 했다.

오는 2018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재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도 결국 주력 사업의 무게 중심을 화학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언제든 업황이 '다운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 투자로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