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차를 바꿨네!"

미국에서 자녀를 막 대학에 진학시킨 부모가 이 말을 들을 때는 '못 보던 새 차를 타네'라는 덕담이 아니다. '이전보다 씀씀이를 줄였구나'라는 위로의 의미일 경우가 많다.

리스로 차를 구매하는 부모들이 심심치 않게 이런 말을 마주한다.

미 경제를 이끄는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뒤에는 전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공급하는 대학이 있다. 미국 대학은 학비가 상당히 비싸다.

한국도 대학 학비가 오르고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등골 빼먹는다'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지만 절대 금액을 따지면 미국이 훨씬 크다.

미국 대학의 학비는어느 정도일까. 우선 뉴욕의 경우를 보자.

뉴욕주는 올해 가을 학기부터 주립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소득이 12만5천 달러 이상인 가계 출신 학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뉴욕 주립대가 추정한 타지방 학부 학생의 2017년 총비용은 학비와 수수료가 1만7천 달러다. 주거비까지 감안하면 3만2천 달러 이상이다.

미국의 사립대는 학생이 거주하는 지역 구분 없이 다 비싸다.

같은 뉴욕주에서 미 동부의 명문대학을 지칭하는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대는 학비가 6만1천 달러다. 대학이 맨해튼에 있다 보니 주거비만 최소 2만 달러 정도로 추산됐다. 교재비용을 더하면 총 8만2천500달러 정도다. 여기에 4년을 곱해보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자금 대출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문제는 실업률이 16년래 최고치인 4.2%로 떨어지는 '완전 고용' 상황에서도 학자금 대출부실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 교육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연방 학자금 대출을 연체하거나 갚지 못하는 비율이 11.5%로 0.2%포인트 늘었다. 증가는 4년 만에 처음이다.

한 비영리 연구소(the institute of college access&sucess)는 지난 6월 말 기준 850만 명이 연방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지 않다고 추산하고 있다. 1천4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의 10% 이상이 부실이라는 의미다.

급기야 펜실베이니아 등 19개 주 법무부 장관이 연방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학자금 대출자 보호 조항을 없애지 말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학자금 대출부실 영향은 당장 미 경제 지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미 금융시장에서도 현재 큰 문제로 삼지 않고 있다. 뉴욕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행진 중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미래 경제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신용불량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출발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신용불량자는 차도 사기 어렵고, 아파트를 빌리는 것뿐 아니라 미래 일자리도 불투명해진다.

이런 악영향이 쌓인다면 미 경제의 주력 엔진인 소비와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전미 부동산협회가 비영리단체와 함께 학자금 대출이 있는 2천2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자금 부담으로 집 구매를 평균 7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30대 초반이 되면 첫 주택 구매에 나섰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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