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자본시장에서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자금 대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완만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위험선호 현상이 강해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로 1조6천5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2조1천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증시로 자금이 모이는 현상도 뚜렷하다.

지난 17일 투자자예탁금은 26조2천308억원으로 지난해 6월17일(26조1천809억원) 기록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차익실현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따른 코스피 하락으로 지난 8월 23조원대까지 줄었다가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에 따라 다시 증가했다.

증시로 자금이 몰리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부동자금은 감소했다.

지난 10일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106조3천275억원이었다. 지난 5월17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31조6천763억원)보다 22.95% 감소했다. MMF는 가입액이나 만기가 없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은 지난해 말부터 나왔다. 지난해 10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한 연설에서 총수요가 탄탄하고 고용시장이 타이트한 '고압 경제'(high-pressure economy)를 일시적으로 운영한다면 금융위기가 공급 측면에서 미친 부정적 영향을 되돌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연설에 따라 미국이 기대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일정 수준 용인하면서 수출 경기 회복세가 개선되고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 국가가 외국인 자금을 더욱 끌어 모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할 수 있지만, 완만하게 인상하면 위험선호 현상이 나타나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안정센터장은 올해 초 "미국 대선 전후의 글로벌 자금 흐름을 보면 선진국 채권 및 신흥국에서 유출된 펀드 자금이 선진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된다"며 "국내 자본시장에서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미국으로 일부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지는 동시에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투자자금이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을 선호하면서 국내 증시 수급 개선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말과 4분기 초에 걸쳐 주요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외국인이 매크로 환경이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며 "내국인 수급은 아직 뚜렷한 매수세를 보이지 않지만 MMF 자금 이탈 가속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까지도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던 MMF 잔고가 축소되고 있으며 추석 연휴를 전후로 그 속도가 빨라졌다"며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이 올해 하반기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자금 흐름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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