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경제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총수 일가가 자사주와 공익법인을 이용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또 지주회사 규제와 금산분리 규제를 강화하고 계열분리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 "총수일가의 자사주·공익법인 악용 차단…지주사 규제도 강화"

공정위는 1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총수 일가가 자사주를 이용해 지배력을 확대하는 '꼼수'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뀐다. 이 때문에 총수일가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기업 분할이나 분할합병시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 도구로 쓰이는 일을 막을 예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공익법인이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사익법인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익법인이 지배력 강화와 사익추구 도구로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기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양도소득세 과세이연 등의 유인책을 제시하되, 소유·지배의 왜곡이 심화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자회사 지분을 일정 비율(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 이상 취득해야 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은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을 상장사 30% 이상, 비상사 50% 이상으로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같은 지주사 규제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공약집에는 "지주사의 부채비율,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 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 "금산분리 규제강화…계열분리 제도개선"

공정위는 금산분리 규제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활용되는 예외적 의결권 행사 한도 15%(특수관계인 포함)와 별개로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한도를 제한하는 안을 만들기로 했다.

현행법은 대기업집단의 금융·보험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뿐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보험사가 고객 자산을 동원해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뒤 이를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금융·보험사가 의결권 행사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공정위는 계열분리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1997년에 도입된 계열분리 제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의2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회사를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 범위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그동안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운영과정에서 계열분리 제도가 규제 회피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총수 일가의 친족 회사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 뒤 친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친족 회사가 대기업집단에서 분리된 후 일정 기간 대기업집단과의 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부당지원 행위가 적발될 시 분리를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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