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회사채 소액 거래 노리고 앞다퉈 전자거래 확대

"결국 규모 큰 거래까지 일반화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도 '기계'가 장악할 날이 올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월가 대형은행들이 최근 잇달아 새로운 트레이딩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방향으로 베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은행들은 컴퓨터로 이뤄지는 전자거래에서 새로운 수익을 찾기 위해 일단 6조달러(약 6천80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이뤄지는 소액 거래를 타깃으로 삼은 모양새다.

100만달러 미만의 소액 거래부터 전자거래를 도입해 시장 점유율도 높이고 새로운 수익도 찾는다는 전략이다.

채권 전자거래 네트워크 운영사인 마켓액세스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체결된 100만달러 미만의 소액 거래는 총 352억2천만달러에 달했다.

이 회사의 리처드 쉬프먼 공개거래 담당 본부장은 "은행들이 과거에는 놓쳤던 거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전자거래가 활성화되면 결국 규모가 더 큰 거래까지 전자거래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초 'CS라이브엑스'라는 시스템을 내놓고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의 최소 단위 거래는 모두 자동화시켰다.

인간의 직접적 관여는 없다는 의미다.

CS라이브엑스 출범 전 크레디트스위스는 최소 단위 거래에 대한 고객의 전자거래 요청에 응하는 비중이 10%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모든 요청에 응하고 있다.

거래 체결은 이전의 두 배가 됐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GS 알고'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1백만 달러 미만의 거래를 제한적으로 시작한 뒤 올해는 이를 약 7천500개의 채권으로 확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따라 고객의 전자거래 요청에 응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투자등급 회사채 소액 거래를 전면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한 소식통은 모건스탠리가 하루에 받는 전자거래 요청은 1만건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전화를 사용하는 트레이더들의 비중이 훨씬 높다.

회사채는 만기와 수익률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인 데다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전자거래의 도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전화가 아니라 컴퓨터로 체결되는 거래는 40%에 그쳤다.

미국 국채(75%)와 주식(80%), 선물(90%) 등과 비교해 전자거래의 비중이 크게 낮은 셈이다.

JP모건의 사믹 찬다라나 애널리틱스 및 데이터과학 본부장은 월가 은행들의 기술 투자는 인간 트레이더들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기계가 스스로 달리게 한다기보다는 기계와 함께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컴퓨터 알고리즘이 소규모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면 은행들이 더 큰 거래도 전자거래로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권 전자거래 네트워크 트루미드 파이낸셜의 마이클 소벨 사장은 "은행들이 (소규모 거래에서) 성공하면 규모를 계속 키울 것으로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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