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인적 쇄신이냐 낙하산 인사냐'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조직 위기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외부 수혈을 통해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깨고 내부 개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조직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낙하산 인사의 빌미를 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30일 국회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것을 기점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대규모 채용비리 사태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어서 역대 최대급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원장 4석이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증권 담당 부원장에는 현재 금감원 금융감독·검사·제재 혁신 테스크포스(TF) 위원장인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와 심인숙 중앙대 교수 등가 거론되고, 소비자보호처장에는 최현자 서울대 교수가 유력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금감원 임직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간 출신 첫 원장이 임명된 이후 대대적인 인사 쇄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혐의로 수장이 구속되면서 장기간의 경영 공백을 겪은 BNK금융지주도 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김지완 회장을 수장으로 맞았다.

엘시티 특혜대출·주가조작 의혹 등 연이은 불법거래 의혹에 장기 경영 공백을 겪으며 위기에 빠진 BNK금융의 조직 쇄신을 위한 적임자로 판단했다.

적폐청산, 순혈주의 타파, 지배구조 쇄신을 위해서는 외부인사가 필요하다고 사외이사들을 판단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디지털 등 핵심 사업분야 담당 임원도 외부 인사로 채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후임도 외부인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박 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요구가 나올 수 있다"면서 "BNK금융과 같은 길을 가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내부 반발에도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고 쇄신에 나서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만 내부 사정을 잘 모르니 업무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내부 인력 구조에 대한 불신으로 조직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번 외부인사가 발을 들여놓으면 다시 내부 출신이 자리를 되찾기 어려워 외풍에 휘둘리기도 쉽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KB금융지주는 초대 회장인 황영기 회장부터 외부인사가 자리를 꿰차면서 내부 출신 CEO가 나오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지난 2001년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독립사업부제를 시행한 이후 줄곧 관료 출신 등 외부인사가 행장을 맡아온 SH수협은행도 결국 외부인사를 수장으로 맞게 됐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외부인사를 통해 쇄신하겠다는 명목은 좋지만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며 "능력 있는 인재 영입보다 낙하산 사례가 많으므로 조직 신뢰를 얻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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