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국회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은행권이 일제히 초대형 IB 정책을 비판하는 데 따라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당초 이달 19일 증권선물위원회에 초대형 IB 인가 안건을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다음 달 1일로 연기했다. 국정감사로 일감이 쌓인 데다 초대형 IB 출범을 둘러싸고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혁신위, 은행권에서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을 통해 초대형 IB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금융위 국감에서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원금을 보장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시중 몇백조원의 부동자금이 몰릴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가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넘는 것"이라며 "자기자본으로 기준을 정할 것이 아니라 자기자본 요건은 풀어주되 안정성을 기준으로 초대형 IB를 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인가 심사시 증권사의 대주주 적격성뿐 아니라 건전성도 보겠다"고 답했다.

초대형 IB 인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단기금융업무 인가로 구성된다.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지정할 때 증권사의 건전성을 강도 높게 살펴볼 계획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공정위 국감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자사주 맞교환으로 자기자본이 6조6천억원에서 7조1천억원으로 늘었다"며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하려면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자사주 맞교환으로 증자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자사주를 맞교환하며 상대방이 이를 제삼자에게 매각할 때 자신들이 지정하는 자에게 우선 매각하도록 하는 콜옵션 조항을 포함했다"며 "사실상 파킹거래다"고 했다.

박 의원의 지적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그런(파킹거래) 의도를 가지고 거래하는 경우 이런 형식으로 한다"며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금융혁신위 역시 초대형 IB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윤석헌 금융혁신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상대적으로 강한 자기자본규제를 받고 있는데 IB는 그렇지 않다"며 "자기자본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초대형 IB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초대형 IB에 신용공여 기능을 허용하면 증권사가 사실상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하 회장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통과하면) 자본금 4조 원인 초대형 IB의 여신 공여 규모는 8조 원까지 갈 수 있는데 이것은 은행이다"며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단자사의 전철을 밟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초대형 IB 인가 안건 상정을 앞두고 전방위로 비판이 제기되며 초대형 IB 출범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워낙 비판이 많아 금융당국이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다음 달에 출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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