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비중이 줄고, 투자 기준도 미흡해 새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책임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함께 책임투자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수익성과 공공성 등 기금투자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늘리고 규정도 보강할 계획이다.

20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책임투자(SRI)펀드 투자 규모는 6조3천706억 원으로 전년보다 5천137억 원 감소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위탁 유형 중 하나로 SRI펀드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국내 주식 위탁 규모 대비 SRI펀드 비중도 15.08%에서 13.38%로 줄었다.

게다가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기준인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 원칙이 부실해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사회책임투자 중 대형주 투자 비중은 78.1%에 달하며, 소형주는 11.71%, 중형주는 0.74%였다.

대형주를 30대 기업으로 좁힐 경우 93개 상장종목에 355건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SRI펀드 총 투자 종목의 38.1%를 차지한다.

국민연금이 ESG 기준을 위탁운용사에 명확하게 주지 않고, 기업군을 구성할 때 ESG 평가를 운용사의 재량으로 놔둬 책임투자가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책임투자 위탁운용사는 세부 지침이 없으므로 결국 단기 수익률 향상을 위해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하게 되고, 결국 국민연금의 일반적인 코스피 투자와 책임투자가 다를 바 없어지게 된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운용사에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운용사들이 사회책임투자에 적합한 지속가능 종목군에 의무적으로 70%를 투자해야 하지만, 지속가능 종목군 구성 시 ESG평가는 운용사 재량으로 시행한다.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책임투자가 이미 대세가 됐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캐나다, 호주, 아시아의 SRI 투자는 총 22조9천억 달러로 2014년 대비 25% 성장했고, 일본은 2014년 70억 달러에서 지난해 4천740억 달러로 급속하게 책임투자 금액이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입각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해외 연기금은 SRI펀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연기금이 투자를 회수하고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하고 ESG 인덱스를 도입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위탁 투자 유형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지표 개발에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국민연금 이사장 직무대행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책임투자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12월경에 결과가 나오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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