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하반기에 주춤했던 국내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을 때 채권을 발행할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 관리를 위해 4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롯데손보의 올 상반기 RBC비율은 161.3%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소폭 웃돌았다. 그나마 작년 말 680억 원의 후순위채와 52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영향이었다. 당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4.5%와 5.3%였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금리 추이를 보면서 후순위채 발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규모나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에 3조 원에 육박하는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한화손보가 각각 5천억 원과 350억 원, 3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후순위채의 경우 하나생명 500억 원, 흥국생명 150억 원, NH농협생명 5천억 원, DGB생명 550억 원, 현대해상 5천억 원, 동부화재 4천990억 원 규모에 달했다.

하반기에는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만은 어렵게 됐다.

지난 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지만,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후순위채 금리의 기본이 되는 국고채 5년물의 경우 올해 초 1% 후반대에서 움직였지만,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2%를 넘어선 후 전일 2.210%까지 상승했다.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 비용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순위채보다는 대주주에 손을 벌리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현대라이프와 KDB생명은 각각 5천억 원과 3천억 원, MG손보는 500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을 때 발행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후순위채 발행만으로는 자본확충에 한계가 있는 보험사의 경우 대주주를 통한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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