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내놓자 카드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은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긴 하지만, 최초 인상 시기가 당초 생각보다는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추가 인상 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 신호탄 쏜 한은…힘 받는 연내 인상론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명확히 했다.

한은은 전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1.25%로 동결했지만, 이일형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놨다.

이 총재는 또 "경기나 물가 흐름이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했다고 평가한다"는 등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한은의 첫 금리 인상 시점이 11월 말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되는 등 채권시장의 예상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수의견의 등장 시기가 예상보다 빨랐다"며 "11월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25베이시스포인트(bp)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옴에 따라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연내 인상을 점치지 않는 기관도 내년 초 등으로 예상 금리 인상 시기를 일제히 앞당기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 소수의견은 채권 약세 전망을 견지하는 입장에서도 다소 놀라웠다"며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초로 소폭 앞당긴다"고 밝혔다.

◇'잔치' 끝난 카드사…내년 조달 '걱정'

조달금리가 수익성 확보의 핵심인 카드사들도 예상보다 강경한 한은 스탠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카드사들은 연내 금리 인상이 가능한 것은 물론 내년 2차례 이상 인상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수적인 대응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연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확정적인 상황인 데다, 한은의 스탠스를 고려하면 11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내년은 연준이 금리를 2차례 정도 올린다면 한은도 이에 맞춰 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말까지 적어도 1%포인트 정도의 금리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금리 상승속도가 가파르지는 않겠지만, 금융위기 이후 대세 하락은 명확히 마무리됐고 상승 장이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드사들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를 넘는 등 국내 금리가 이미 한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당장 조달 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은 크지 않으리라고 진단했다.

올해 연말 조달여건의 악화 가능성이 예상됐던 만큼 대부분 카드사가 필요 자금을 이미 맞춰놓고 있기도 했다. 지난 9월 말까지 국내 7개 전 업계 카드사의 카드채 순발행 규모는 1조7천억 원 이상이다.

카드사들은 하지만 금리 인상 추세가 더욱 명확해질 것인 만큼 내년 상반기 등 향후 조달여건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

금리 상승기 투자자들이 중장기 채권에 매수를 최대한 늦추려는 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통상 신용 물의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점도 부담이다.

다른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충분히 오른 상태일 것으로 예상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조달여건도 안정되겠지만, 상반기에는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 수준에서 금리도 60bp 이상은 추가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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