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60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두고 경쟁했던 시중은행이 이번엔 수탁은행을 두고 다시 격돌한다.

국민연금의 투자자산을 보관, 관리하는 만큼 많게는 연간 백억 원대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탁은행은 수익성에 목마른 은행에 포기할 수 없는 주요 기관영업 중 하나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오전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 국내 대체투자, 사무관리 등 4개 분야의 수탁은행 선정을 위한 구술심사(프레젠테이션, PT)를 진행한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이날 오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앞서 진행한 제안서 심사와 현장실사, 구술심사 결과를 종합해 높은 점수를 받은 은행을 선정한다.

만약 합산 점수가 동일할 경우 제안한 수수료와 자기자본(BIS) 비율, 총자산수익률(ROA) 비율, 자기자본이익률(ROE) 비율 순으로 상위 점수를 받은 은행이 우선권을 가진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탁은행은 우리은행이, 국내 채권과 국내 대체 수탁은행은 각각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합병 전 외환은행)이 맡고 있다. 사무관리 업체는 신한아이타스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진행된 입찰에서 3년간의 사업권을 획득한 뒤 한 차례(1년) 계약 연장에 성공, 올해 연말까지 수탁은행 업무를 담당한다.

오는 2020년 연말까지 3년간의 사업권을 두고 새롭게 선정될 수탁은행 경쟁입찰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모두 참여했다.

사무관리 부문은 신한아이타스와 우리펀드서비스 등이 경쟁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은행은 최근 주거래은행 자리를 10년 만에 내준 신한은행의 기관영업 설욕전이 될 것이란 점에서 금융권의 관심이 많다.

지난 16일 국민연금은 주거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은행을 깜짝 선정했다. 그간 금융권에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간 2파전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은 2013년 수탁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를 포기한 바 있어 이법 입찰에 참여한 의지가 남다르다.

국민연금이 동일한 금융지주 내 금융회사에 주거래은행과 수탁은행, 외화금고 은행, 사무관리사 중 최대 2개 업무만 위탁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이에 그간 국민연금 주거래은행과 사무관리에 만족해야 했던 신한은행은 주거래은행을 내준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수탁은행에 선정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경쟁입찰에서 2순위 협상자로 선정되며 아깝게 우리은행에 자리를 내준 국민은행 역시 수탁은행에 선정돼 최근의 공격적인 기관영업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그간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민연금 경쟁입찰에 대비해 온 우리은행도 주거래은행에 선정된 여세를 몰아 국내 주식 자산의 수탁은행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속내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3월 기준 국내 주식 111조7천618억 원, 국내 채권 281조1천958억 원, 국내 대체투자 21조5천116억 규모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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