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변동성이 위축되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은행권이 프랍트레이딩(자기자본 거래)을 줄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10월 들어 일일 평균 거래량은 65억8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평균 72억1천만 달러 대비 8.7% 감소한 수준이다.

월 기준으로 올해 가장 낮다. 특히 최근 3거래일 동안 현물환은 매일 50억 달러대 거래량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벌써 버짓(목표)을 채웠는지, 연말 분위기"라며 "다들 거래를 안한다"고 말했다.

쪼그라든 거래량은 일중 변동성이 크게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 10월 하루 변동 폭은 4.74원으로 올해 5.75원보다 1원이나 떨어졌다.





<달러-원 일일거래량(막대그래프, 백만달러, 왼쪽), 일일 변동폭(원, 오른쪽)>



1∼2월 각각 7.71원과 6.82원의 일일 변동성으로 활발하게 등락한 이후 점진적으로 움직임이 둔화했다.

5원 밑으로 일일 변동성이 위축된 사례도 6월 4.5원, 8월 4.83원, 9월 4.3원, 10월 4.74원 등 하반기에 집중됐다.

달러-원 변동성을 줄인 배경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론된다.

애초 달러-원 환율은 4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한반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에 변동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의 연이은 무력 도발에,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은 위쪽으로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실제 군사적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달러화는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미국의 강경 대북 기조 탓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0%로 취급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올해 내내 이어졌던 글로벌 달러 약세와 비교하면, 달러-원은 수급적인 재료에도 정말 안 밀렸다"며 "북한 재료가 달러-원을 1,130원대로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은행 딜러는 "과거 7대 3 정도였던 은행권의 프랍과 수급비율이, 5대 5 수준으로 하락한 것 같다"며 "수급은 감소하지 않았는데, 프랍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이 때문에 장중 수급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원 변동성이 감소하면서 역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었고, 이는 역외 위안화(CNH) 등을 단순 추종거래로 이어졌다"며 "어려운 시장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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