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 이후 국민연금 대체투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테랑 운용역들이 떠나 기금본부에는 '초짜'들만 남고, 국내외 금융사들의 '국민연금(NPS) 패싱'이 퍼지면서 이런 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지리적 장벽에 우수한 대체투자 물건이 있으면 공제회에 우선 가져가고, 국민연금은 뒷순위로 밀려 '600조' 기금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대체투자 자산은 총 63조610억 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천억 원가량 줄었다.

국민연금은 자산배분 차원에서 대체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는데, 실제 투자가 전략과는 반대로 진행돼 국민연금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체투자가 흘러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산 중 대체투자 실제 비중은 7월 말 기준 10.5%로 기준 비중을 2.0%포인트 밑돌고 있다. 올해 말 대체투자 목표 비중은 11.9%다.

시장에서는 올해 2월 기금본부 전주 이전에 따른 부작용이 대체투자를 통해 표출됐다고 본다.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 등 다른 자산보다 투자 인력의 손길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인프라, 기업금융 등 대체투자는 한 건 당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해 투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대체투자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역, 변호사, 회계사, 연기금·보험사 운용역 등 많은 전문 인력들이 한 건의 딜을 완결하기 위해 협업을 한다.

이 중 한군데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투자 건 전체가 망가질 가능성이 커 대체투자는 전문가들과의 직접 소통이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기금본부가 전주로 내려간 뒤 지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투자 리스크도 높아져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과 같이 대체투자를 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대형 회계법인, 대형 법무법인, 사학·공무원연금 연기금의 기금운용파트는 서울 광화문·종로 등 중심권역(CBD), 여의도(YBD), 강남권(GBD) 등 3대 권역에 몰려 있다.

게다가 대체투자에 잔뼈가 굵은 실·팀장급 운용역들이 전주 이전으로 기금본부를 떠나자 대체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소수만 남고, 낮은 연차 운용역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2월까지 기금본부를 떠난 대체투자 인력은 14명으로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군과 비교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이 국민연금보다는 대체투자에서 새로운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공제회부터 찾아가는 추세다.

공제회의 '맏형'인 교직원공제회의 올해 상반기 기준 대체투자 금액은 약 11조8천424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천억 원이 넘게 증가해 국민연금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저금리에 대체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수한 해외 대체투자 물건들이 점점 줄고 있는데, 외국계 금융사들도 기금본부를 외면해 기금운용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6개월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자 면담 횟수는 988건으로 월평균 165건에 달했으나, 기금본부 이전 후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해외 투자자 면담 횟수는 525건(월평균 88건)으로 줄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주까지 내려가는 것도 힘들고, 기금본부에 전문가들이 다 떠나 같이 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며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은 몰라도 국민연금이 운용사들의 대체투자 우선순위라는 것은 옛날이야기다"고 말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블랙스톤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국민연금 말고도 투자할 기관들이 줄을 섰다"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갑'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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