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건설공사 발주자가 하도급계약을 중도 포기한 업체의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에 기한 이행보증금을 청구한 사건과 관련해 '타절정산 합의서'에 대한 해석 차이로 정반대의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위 사례의 당사자들은 별도의 서면 계약해제 통지 절차 없이 즉각적으로 기성을 정산하는 내용의 '계약해지 합의서(부제:변경하도급계약서(타절정산))'를 작성했는데, 이는 중도 포기시까지의 기성 정산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합의서에는 '당해 타절과 관련해 더 이상 문제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언은 없었고, 변경계약 사유로 '상호 정산 합의에 의한 변경계약(타절정산), 본 계약에 합의한 이외의 사항은 원도급 계약서에 의한다'라고만 표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이 합의서가 발주자와 하도급 업체 사이에 중도 타절로 인한 모든 채권·채무를 정산하는 최종적 합의이며, 이는 하도급 업체의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지가 아니라 합의해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발주자의 계약이행보증금 청구도 기각된 셈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합의서가 하도급 업체에 대한 기성 정산을 위한 것이므로, 하도급 업체의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지로 봐야 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만약 합의해지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기성 정산 이외에는 원도급 계약서에 의하므로 별도로 손해배상을 하기로 유보한 것으로 판단, 발주자의 계약이행보증금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과거에 계약이행보증금은 위약벌의 성격이 강해 채무자가 계약이행을 다 하지 못한 사실만 인정되면 통상 이행보증금 전액(통상 계약대금의 10%)이 지급됐다.

하지만 최근 실손 배상의 성격이 커지면서 단순한 채무불이행뿐 아니라 채권자의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액의 입증까지 필요하게 됐다.

건설공사와 같이 계약 기간이 길고 금액이 큰 도급계약에서는 하도급 업체의 중도 포기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발주자와 하도급 업체는 기성 정산과 함께 잔여 공사의 승계 등의 내용을 담은 ‘정산합의서' 등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발주자는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에 기한 이행보증금이 상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합의서의 절차·내용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위 사례처럼 중도해지나 타절에 따른 합의서가 당사자 간 약정에 의한 합의해지이며, 더 이상 채권·채무 관계가 없는 최종적 정산인 것으로 해석되면 발주자는 계약이행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발주자는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서면으로 하도급업체의 채무불이행 사유를 명시해 이행 최고 및 계약해지의 절차를 거치고, 기성 정산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체결할 때도 그 합의서가 최종 정산으로 해석되지 않게 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기재하는 '최종 정산', '모든 공사대금 채권은 포기한다', '추후 이건 공사(또는 계약)와 관련해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아니한다'는 등의 표현도 지양하는 것이 좋다.

이에 더해 '기성 정산 외에 하도급 업체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은 별도로 논의한다'는 문언을 명시적으로 기재해 두면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계약이행보증보험과 관련해 보험기간 내에 계약해지, 즉 하도급 업체의 채무불이행 사유의 발생뿐 아니라 발주자의 계약해지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당해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험기간이 공사계약의 기간보다 2개월 더 길게 정해졌던 사안’에서 보험사고 발생에 대한 판단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면서도, 하도급계약기간과 별도로 보험기간을 정하고 있다면 그 기간 내에 하도급 업체의 채무불이행 사유의 발생뿐 아니라 그로 인한 해당 공사계약의 해지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무법인 충정 김문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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