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기금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올해만 같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17년 연기금은 금융자산 운용에서 큰 재미를 봤다.

올해를 두 달 이상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미 올해 목표수익률을 훌쩍 넘겼고, 서둘러 '북 클로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돌발 악재 없이 이 수준만 잘 지켜내면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게 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의 자산은 7월 말 기준으로 601조6천526억 원을 기록했다. 7개월간 44조 원가량 늘어나면서 연내 조심스레 점쳐지던 600조 원 돌파 예상 시점이 훨씬 빨라졌다.

국내 주식에서만 7개월간 24조 원(수익률 22.01%), 해외주식에서 14조 원(6.78%)가량을 벌어들였다. 국내 채권, 해외 채권 역시 기금 자산 증식에 일조했다.

7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5.48%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익률인 3.18%, 연간 수익률인 4.75%를 웃돌았고, 이미 올해 목표수익률인 4.5%를 넘어섰다.

7월 말 기준 잠정 수익률인 5.48%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 수익률에서는 대체투자 부분이 마이너스(-)인데, 대체투자 수익률은 9월 말을 기준으로 공정가치 평가를 반영한다. 아직 자산 가치 등이 반영되지 않고 배당, 이자수익, 환율변동에 따른 환산손익 등만 들어간 수치여서 9월 이후 대체투자도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 주식에서만 연기금 모두가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목표수익률을 이미 넘겼다"며 "목표수익률 초과 여부가 기금 평가에서 중요한데, 대형주, 인덱스 위주의 거대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들의 전략이 주효해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은 기간에는 지키기 위주 속 '+α' 싸움이 될 텐데, 최근에는 드리프트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국내시장에서는 조금 생소한 드리프트(drift)와 틸팅(tilting). 시장가격 변화에 따른 자산의 자연적인 비중변화가 드리프트, 전술적 판단에 따른 인위적인 비중변경이 틸팅이다. 쉽게 말하면 주식을 더 사서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틸팅, 주식을 더 사지 않았는데 주가가 올라 평가금액이 늘어나는 것이 드리프트다.

이 개념은 국민연금공단이 2010년 4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방식 및 투자허용범위 설정 개선(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공식적으로 소개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기금 리밸런싱 방식을 범위 기준 리밸런싱으로 바꾸면서 드리프트와 틸팅을 구분해 평가키로 했다. 자산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비중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맞추기 위한 불필요한 매매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특정 자산 비중이 시장가격 변동으로 목표비중보다 높거나 낮아도 일정 범위 내에 있을 때는 그 비중을 목표비중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목표비중마저 최근에는 웃돌면서 연기금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연기금이 주식을 더 사고파는 것을 결정하는 주요 근거가 자산 내에서 차지하는 목표비중이다. 목표비중은 연초에 정한 목표 수치에 ±2%포인트로 범위를 둔다. 드리프트 효과로 허용범위 한도 상단에 와 버렸고, 틸팅이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쳤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예전 국민연금기금이 목표비중을 달성하지 못하면 시장가격 변화와 관계없이 모두 공단의 책임으로 평가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올해를 계기로 목표비중 허용범위에도 좀 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목표비중이라는 게 결국 시장 전망에 근거한 것인데, 추가로 연기금이 돈을 벌 기회를 박탈하는 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금융부 곽세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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