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추석 전후로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이사장 선임이 마무리돼야 600조 원의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도 시작될 수 있다.

올해 말이면 국민연금공단 모든 임원의 임기도 만료돼 기금운용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올라온 복수의 이사장 후보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후보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이사장 후보로는 김성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금선 전 국민연금 감사 등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사실상 국민연금 이사장이 정해지기 때문에 현재 마지막 관문만이 남아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뜸을 들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민연금 제6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추석 전후로 이사장 선임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추석 연휴가 끝난 지 2주가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이사장 임명은 깜깜무소식이다.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올해 8월 23일 구성됐는데, 임추위 이후 2달 이상 이사장 임명이 미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사장 선임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던 것이 이번 달 19일 열린 국민연금 국정감사였다.

국민연금 신임 이사장이 국정감사에 나오면 이사장 검증을 위한 청문회 자리로 바뀔 수 있어 정부와 여당에서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감사 등 어떠한 이유라도 국민연금 이사장 선임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국민연금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이 구속된 지 10개월이 넘었고, 국민연금 CIO도 공석인 초유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600조 원이 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온전히 지켜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노조는 이사장 장기 공백으로 공단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으며, 조직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장 공백 속에서 국민연금의 정기 승진·전보 인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연말이 되면 감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의 임기가 만료돼 이사장 선임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9월 18일이 국민연금공단 설립 30주년이지만, 30주년을 이사장 직무대리가 기념하기는 힘들어 행사도 뒤로 미뤄지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힘든 상태다.

국회의원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사장 공백 상태를 지적하면서 빠른 국민연금 정상화를 촉구했다.

기금운용본부도 CIO 공백 속에서 비상운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데, 현재의 이사장 인선 속도면 올해 안에 CIO 선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 선임 이후에야 CIO 인선 절차가 시작된다. CIO는 지금까지 금융시장 전문가가 주로 맡아 검증 절차가 더 복잡해 통상적으로 선임에 걸리는 소요 기간이 이사장보다 길었다.

이맘때면 내년 기금투자계획도 짜야 하는데, 이사장이 선임되면 국민연금 운영, 인사 등의 방향성이 새로 설정될 것으로 관측돼 기금본부가 현재 섣불리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이사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국민연금 내부가 붕 떠 있는 분위기다"며 "이사장과 CIO 공백이 더 길어진다면 600조 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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