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현대차투자증권이 모그룹을 후광 삼아 영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 입장에서는 그룹과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지만, 업계에선 일감 몰아주기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투자증권이 2년 만에 기업공개 주관을 맡은 자동차 부품업체 세원의 주가가 20일 상장 이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세원의 공모가가 5천7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수익률은 154%에 달한다.

세원은 현대차투자증권이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단독 주관한 업체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화장품 용기업체인 연우의 상장 주관을 맡은 바 있지만, 대우증권과 공동 주관이었다.

세원은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다. 이 회사의 유기철 대표도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부회장을 지낸 인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인연이 깊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7월 사명을 변경하며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시너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이용배 대표이사도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으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시너지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이러한 기대는 올해 구체적인 행보로 포착됐다. 현대자동차그룹 협력업체의 IB 딜을 유치한 것을 비롯해 회사채, 특정금전신탁 등 여러 방면에서 그룹의 수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현대차투자증권이 인수하거나 중개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채권은 총 6천억원 규모다. 1천200억원 규모의 현대글로비스의 환매조건부채권(RP)를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정몽구 그룹 회장이 현대차투자증권의 랩 상품에 96억원 어치 가입했다. 이에 앞서 2분기에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700억원, 500억원가량을 랩 상품에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투자증권의 일임계약고가 1천200억원 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회장 부자가 가입한 금액을 제외하면 신규 자금 유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계열사들은 현대차투자증권이 발행한 특정금전신탁(MMT)을 대규모로 매수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이 올해 3분기에만 주요 계열사에 판매한 MMT는 9천800억원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투자증권의 최근 상황을 보면 규제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다고는 해도 그룹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에는 문제가 있으며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를 근절하려 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증권의 현대차그룹 퇴직연금이나 회사채 몰아주기 문제는 매년 지적됐다"며 "현대차라는 후광 없이는 중소형사로 특색을 나타내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이해하나 그룹 의존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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