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차기 거래소 이사장으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내정됐다. 이사장 선정 과정에서 거래소가 유례없이 추가 모집을 단행하거나,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지원을 철회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나왔다.

거래소 차기 이사장은 지주사 전환 문제와 코스닥 우량주의 줄 이은 유가증권시장 이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4일 면접 심사를 거쳐 정 사장을 차기 이사장 단독 후보로 주주총회에 통보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1962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밴더빌트대 대학원 경제학과, 미국 로욜라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7회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인력개발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감독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정책관·기획조정관·금융서비스국장·상임위원 등을 거쳐 2015년 증권금융 사장을 맡았다.

정 사장의 증권금융 사장 임기는 오는 12월까지지만 곧 사임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번에도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거래소는 지난달 12일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했다. 같은 달 4일 공모를 마감하고 13일 면접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유례없이 추가 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거래소는 이사장 공모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공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원자가 동의한 경우만 명단을 공개하면서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지원을 철회하면서 정 사장이 사실상 낙점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김 전 원장은 1차 공모에, 정 사장은 2차 공모에 지원했다. 역시 2차 공모에 지원했고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김성진 전 조달청장도 중도에 지원을 철회했다.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이나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 내부 출신 후보가 탈락하면서 거래소 내부의 불만도 높아졌다.

차기 거래소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거래소의 당면 과제도 산적해 있다. 먼저 거래소 지주사 전환 문제를 결론 내야 한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유가와 코스닥, 파생 등을 자회사로 분리한다는 내용이다. 2015년 거래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제기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인사 청문 답변서를 통해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적절한 시점에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 지주사 전환 작업을 위한 거래소 내 태스크포스(TF)가 해체되는 등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지주사 전환 중단을 선언하거나 수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 우량주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올해만 해도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고 셀트리온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전 상장을 결의했다.

거래소는 셀트리온 주주들이 이전 상장을 추진하자 코스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 경쟁력 강화가 거래소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정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인덱스 변경이나 홍보 강화와 같은 방법만으로는 코스닥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스닥 정체성을 확립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획기적인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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