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의장 임명을 앞두고 전 세계 시선이 백악관으로 쏠리고 있다. 인사 열쇠를 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언론에 나와 연준 의장 인선과 관련 뉴스를 만들면서다. 시장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준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에서 맨 처음 통화 긴축 주기로 접어들었다. 보유 자산 축소까지 나선 연준은 확실히 아직 남이 밟아보지 못한 길 위에 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뒤따르는 등 연준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긴축은 시원한 음료가 담긴 통을 한 참 흥이 달아오른 잔치 중에 치우는 일과 같은 일로 여겨진다. 술을 더 붓는 게 아니라 음료 통을 아예 치운다면 얼마나 밉상일까.

지금 미국 경제는 잔치가 한창이다. 현재 경기 주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9년째이며 제2차 세계대전 후 세 번째로 긴 호황기다.

뉴욕 증시는 최고치를 연일 다시 쓰는 데다 실업률 지표는 '완전고용' 상태이고, 물가 급등 우려도 낮다.

문제는 정권 교체로 연준 의장 연임 선례가 이번에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연준의 정책 기조인 '신중함'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현 연준 의장인 재닛 옐런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점진적'이다.

연준이 잔치 중에 음료 통을 치우는 데도 위험자산인 증시의 상승이 계속되고, 경기 침체 신호가 나오지 않는 것은 분명 옐런 덕이 있다.

전임자인 벤 버냉키는 2013년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발언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발작하게 한 '테이퍼 텐트럼' 사건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해서 '충성맹세'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몇 달 전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충성맹세' 이야기도 있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 힘 센 여성으로 불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주인공이다.

2013년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라가르드 총재가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쓴 '충성 서약서'가 발견됐다.

"당신이 프랑스를 위해 세운 계획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가끔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괜찮다면 나를 써 주세요."

사르코지는 라가르드가 IMF 총재가 될 때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월가는 트럼프가 후보 면접에서 충성맹세를 요구했더라도 옐런이 긍정적으로 대답했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경제매체 CNBC의 월가 설문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원 제롬 파웰 연준 이사를 뽑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지만 누구를 뽑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옐런이 1위였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한 수석 투자 전략가는 "옐런이 원한다면 연임한다"며 "대통령은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고 말했다.

월가가 연속성을 선호하는 것은 현재 미국의 경기 확장과 뉴욕 증시 사상 최고치 행진이 계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이것만큼은 월가와 분명 한마음일 것이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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