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비트코인을 두고 여의도와 미국 월가의 온도 차이가 극명하다. 호평 일색인 여의도와 비교해 월가는 상대적으로 신중하다는 평가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8년부터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올해 들어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돈에 눈 밝은 여의도 증권맨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대형주 장세에 중·소형주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기 힘든 환경이 펼쳐졌다. 이에 더해 부동산 규제책까지 나오며 증권맨들에게 비트코인은 탈출구와도 같았다.

여의도의 전문가들도 비트코인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현재 증권가에서 스팟성이 아닌 꾸준히 비트코인 분석 보고서를 내는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투자의 한대훈 연구원, NH투자증권의 박녹선, 최창규 연구원 정도다.

한대훈 연구원은 SK증권에 있던 시절부터 비트코인 자료를 내왔다. 그는 "거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계속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함께 비트코인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를 기존 밸류에이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비트코인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녹선 연구원도 비트코인을 단순 투기로 치부할 수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비트코인 ETF의 등장에 따른 기관 자금 유입 확대가 추가 상승의 중요 재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월가는 여의도보다 훨씬 신중론에 치우쳐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가상화폐가 버블이냐'라는 질문에 단호히 '그렇다'고 답했다.

UBS는 가상화폐 사용처는 제한됐지만, 이에 비해 거래량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매수자가 투기적 이득을 목표로 하는 점에서 전형적인 버블이라고 진단했다. 2년 새 20배나 오른 가격도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UBS는 "비트코인은 경제적 펀더멘털이 전혀 없고 현재의 열기는 분명히 버블"이라며 "가상화폐는 결코 대중적인 거래 수단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이미 공공연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비트코인은 과거 튤립 파동과 비슷하다"며 "결국 아무것도 창조해내지 못하고 사람들이 돈을 많이 잃는 결과로 끝이 날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도 비트코인을 본질적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명백한 투기라는 의견이다.

비트코인을 두고 여의도와 월가의 시각이 엇갈리는 데 대해 한 증시 분석 담당자는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이 세계 1위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낙관론에 매몰된 듯하다"며 "몇 달간 가파르게 상승한 가상화폐의 밸류에이션은 분명 버블"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제한폭이 없고 24시간 매매가 가능한 점 등으로 단기 투자세력이 빠르게 유입됐다"며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합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단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금융부터 제조업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며 "비트코인은 어떨지 몰라도 블록체인 기술의 파급효과는 향후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